북한이 이미 두차례에 걸쳐 거부했던 유엔사.북한간 장성급회담을 뒤늦게
수락한 것은 "강온 양면대응"이라는 전형적인 북한의 전략을 그대로 구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은 그동안 체제유지와 경제난 타결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위해
한쪽으로는 대화를 추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군사적 긴장을 촉발시키는
양면전략을 보여왔다.

북한 입장에서는 군사적 긴장상황은 극심한 식량난으로 인한 주민불만 등
체제위협 요소를 제거할 수 있고, 북한 사회 전반에 대한 군부통치체제를
확고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요소다.

지난 11일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를 통해 성명을 발표, "남측이 먼저
도발을 했으며 남한은 상대에게 공격을 감행할 수 있도록 작전계획을 수정
했다"고 비난한 것도 강경전략의 하나였다.

그동안 경제협력 등으로 지속돼 온 화해무드에 다소간의 긴장감을
넣어보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가 하면 최초의 도발로 부터 1주일이 지난 지금 북한은 더이상 긴장이
지속되면 남북관계 전반을 해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금강산관광, 비료지원, 차관급 회담 등 남북간에 화해협력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시점에서 군사적인 긴장상태를 계속 이어나갈 경우 득이 될
것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을 수 있다.

또 꽃게잡이만 하더라도 15일이면 가장 비싼 꽃게가 잡히는 최절정기가
지난다.

이미 9일간의 조업을 통해 충분한 어획고를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외화벌이라는 실리를 얻고 우리측이 그동안 지켜왔던 NLL의 의미를 충분히
훼손시킬 수 있는 시점이 15일이라는 것이다.

이에따라 북한은 이번 장성급회담에서 "남측이 먼저 북방한계선을 넘어
도발했다"고 적반하장식 주장을 펴 자신의 NLL 침범을 정당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지난 4~6일 남측이 북방한계선을 먼저
넘었다고 줄기차게 주장한데서도 알수 있다.

또 북방한계선 이남 수역을 자신의 영해로 주장하면서 이곳에서의 조업을
기정사실화하려고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13일 상임위원회를 긴급 소집, 북한의
장성급회담 수용배경을 분석하고 향후 대응방안 등을 논의했다.

우리 정부는 15일 장성급회담에서 이번 사태가 북측의 정전협정위반임을
지적하고 재발방지를 요구할 방침이다.

< 장유택 기자 changy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