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경제 흐름과 한국경제 전망 ]]

글로벌라이제이션이 가속화되면서 더 이상 세계경제의 흐름과 떼내 한
나라의 경제를 전망하기가 어려워졌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이 올 세계경제 성장률을 2%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이는 미국의 성장세 지속여부와 일본의 회복
수준 등에 달려있다.

한국의 경제성장도 세계와의 연관에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지난 3~4일 서울에서 열린 미 뉴마켓컴퍼니의 ''글로벌 시나리오 시리즈''
서울총회도 이같은 시야의 필요성을 강조한 행사였다.

이 총회 참석차 방한한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치 미 경제전략연구소장을
배이동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가 만났다.

<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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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코앞에 두고 세계경제는 가변성과 불확실성이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세계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주요 현안을 짚어주시죠.

"네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미국경제가 성공적으로 연착륙할 수 있을지, 일본이 경제를 회복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지가 주요 관심사입니다.

또 국제금융체제의 개혁 및 국제자본흐름의 안정성 확보,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빈부격차 완하 등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입니다"

-그런 점에서 올 11월말(11.30~12.3) 시애틀에서 열리는 제3차 WTO(세계무역
기구) 각료회의가 주목되는데요.

이 각료회의를 계기로 출범할 뉴라운드의 주요의제는 무엇인지요.

"뉴라운드의 협상의제에는 지금까지는 무역관련 의제로 한번도 다루어지지
않았던 노동 환경 경쟁정책 금융시장구조 규제완화 등이 주요 이슈로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사안의 성격상 교역문제 뿐만 아니라 WTO 개별 회원국의 국내정책
이나 제도, 관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매우 민감한 분야들이기 때문에
협상과정이 그 어느때 보다 복잡하고 많은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각국별 경제전망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해보죠.

우선 미국경제는 최근 9년간 조정기 없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일부에서는 미국기업들의 투자지출 축소 가능성과 함께 금리인상 및 주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경제의 높은 성장세를 뒷받침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견실한
소비지출을 들 수 있습니다.

미국경제가 지난 3년간과 같은 연평균 3.8%의 고성장을 지속하기는
어렵겠지만 3%선 전후의 연착륙은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미국경제의 버블징후에 대한 우려는 과장된 측면이
있어요.

주식시장이 붕괴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단기적인 금리조정 가능성은 매우 높지 않습니까.

"미국 연방은행은 앞으로 6개월 내에 금리를 인상할 겁니다.

그러나 인상폭은 0.25% 정도로 낮은 수준이 될 거예요.

내년에도 소폭의 추가적인 금리인상 가능성은 있고 이에따라 달러화도 계속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로화는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요.

금년들어 계속 하락세를 보여왔는데요.

"환율은 기본적으로 경제력을 반영하는 것 아닙니까.

유럽 각국이 적극적으로 경제활성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유로화가 더 이상 하락세를 보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일본은 아직까지 뚜렷한 경기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지요.

오히려 최근 엔화가 지속적인 약세를 보임에 따라 아시아 국가의 경제회복에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일본의 정책당국이 경제 조기회복을 위해 어떤 수단을 강구할 수 있을
런지요.

"일본경제는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책금리는 사실상 더 인하될 가망성이 없고 정부의 재정지출 능력도 이제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내수진작과 금융개혁에 대처하는 일본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회의가
제기되고 있고 앞으로도 획기적인 개혁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일본정부는 한국의 과감하고 신속한 개혁조치를 배울 필요가 있어요"

-회복시점이 상당히 늦어질수도 있다는 전망이네요.

"현재로서는 일본경제가 더욱 침체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제성장률이 올해 0%대에 머물고 내년에는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높습니다.

엔화도 통화공급 확대와 경제회복의 지연으로 내년까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일 전망입니다"

-엔화 약세기조가 계속되고 중국의 경제성장률도 떨어지면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분석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내년중 위안화의 평가절하 가능성은 매우 높지요.

엔화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경우 이는 동아시아의 다른 나라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압력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며 이 경우 중국은 평가절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지요"

-동아시아에서 금융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동아시아의 금융위기는 아직 다 해결되지 않았어요.

일부 정치가들이 위기는 더 이상 없다고 판단하는데 이는 지나친
낙관이지요.

일부 국가에서는 여전히 금융위기의 재발요인을 그대로 안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새로운 위기의 재발 가능성도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현재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가 최악의 위기상황을 벗어나
회복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최근 아시아 국가의 경기회복이 상당부분 정부의 인위적인 경기부양
정책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더구나 현재로서는 주변여건이 매우 불투명하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요.

많은 외생변수 중에서도 특히 일본경제의 침체가 계속되고 이로 인해 엔화,
위안화의 동반절하 현상이 발생할 경우 잠재적인 위기요인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아시아 국가들이 역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고 특히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지요.

일본의 아시아통화기금(AMF) 창설 제안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것도 이 때문이지요.

"아시아 경제의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아시아가 경제성장
의 원동력이었던 무역과 투자의 활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통화가치의 안정을
포함한 아시아 역내 금융시스템의 안정이 전제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아시아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아시아 국가들간에 보다 긴밀한
협력과 정책공조가 필요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일본이 2년전에 제기한 아시아통화기금 구상은 매우 현실적
이고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일본의 아시아 통화기금 구상은 구체화되기도 전에 미국과 IMF의 견제에
의해 좌절된 바 있는데 이와같은 여건이 변화되었다고 판단하시는지요.

"기본적으로 미국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어요.

다만 일본이 현재 아시아국가 지원을 위해 3백억달러 정도 규모의 미야자와
플랜을 가동하고 있고 개별국가별 지원도 계속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노력은 매우 유용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현재 세계경제의 가장 큰 특징중의 하나는 지역주의 추세의 심화라고 할
수 있어요.

한국의 경우 지난해 말 칠레와의 양자간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합의한데
이어 최근 일본과 자유무역협정 체결 타당성에 대한 검토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동아시아 국가간의 경제협력을 제도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한국 중국
일본이 중심이 되는 동아시아 지역협력체 구성, 또는 범위를 보다 좁혀
동북아 경제협력체를 만드는 방안도 민간차원에서 활발히 논의하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역내 경제협력체 구성의 가능성과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요.

"한 중 일 3국의 상호보완성을 감안하면 3국간 상호 시장개방 확대를 통한
제도적인 경제협력이 추진될 경우 시너지 효과는 매우 높을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NAFTA(북미자유무협협정) 3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유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협상과정에서 상호 이해관계의 조정이나 국내적으로도 경제계,
노동계 등 경제주체 및 이해집단에 대한 설득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특히 한 중 일 3국이 경제발전 단계나 사회.정치체제에 상당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동북아 3국의 경제협력체 추진에는 보다 많은
노력과 시간이 투자되어야 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한국의 경제개혁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요.

또 한국경제가 앞으로 효과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회복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사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한국은 지금까지 금융위기를 겪은 어느 나라보다 과감하고 획기적인 개혁
정책을 추진해 왔어요.

앞으로의 정책과제로는 생산성 제고, 과잉설비 해소, 내수촉진이나 금융
부문의 지속적인 개혁을 들 수 있습니다.

외국기업과의 제휴노력도 더욱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지요"

-과잉설비 문제와 관련해 금융위기 이후 한국에 대해 많은 비판적인 시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이 과잉설비를 안고 있는 유일한 나라는 아니며 따라서 과잉
설비의 해소문제도 글로벌한 차원에서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효과적
이라고 보는데,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요.

"물론 과잉설비 문제는 전세계적인 현상이며 문제 해결도 개별국가의 노력과
함께 글로벌한 협력이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과잉설비 해소를 위한 해법도 시장원칙에 의해 풀어
나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 정리=권영설 기자 yskw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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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치 소장 약력 ]

<>41년 미 델라웨어주 출생(58세)
<>펜실바니아대(와튼스쿨) MBA
<>81~86년 미 상무성 차관보 및 자문역 역임. 이후 미 상무성에서 미.일
경제관계에 대한 주요 정책 자문
<>(전)PBEC(태평양경제협의회) 미국위원회 사무국장
<>(현)미 경제전략연구소 설립자 겸 소장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