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난산 끝에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검찰총장과 교정직 공무원에게 배정된 일법무부 교정국장을 제외한 검사장급
이상 검찰간부 39명을 모두 자리바꿈했다.

검찰사상 최대의 인사규모다.

내용면에서도 당초 예상을 뛰어 넘는 파격적인 인사가 이루어졌다.

검찰의 이번 개혁인사는 "옷 로비 의혹" 사건 등으로 실추된 검찰의 명예를
되찾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흔들릴대로 흔들린 검찰 내부조직을 다잡아 제2의 사정을 준비하겠다는
검찰의 의지이기도 하다.

지난 4일로 예정됐던 인사는 우여곡절 끝에 이날 단행됐다.

박순용 검찰총장의 사법시험 동기(8회)가 마지막까지 사표제출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막판에 가까스로 의견조율이 이루어졌고 파격적인 인사가 이루어지긴 했지만
이번에 나타난 내부분열은 검찰수뇌부에게 앞으로 적지않은 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인사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경지청장 등 부장검사급이상의
인사를 빠른 시일안에 마무리짓고 강력한 사정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번 인사는 우선 규모면에서 검찰사상 최대다.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가 무려 11명이 퇴진, 고검장과 검사장 승진이 무더
기로 이뤄졌다.

박순용씨의 총장 취임으로 옷을 벗은 5~7회 6명과 박 총장의 동기 7명중
5명이 검찰을 떠나 대규모 인사가 가능했다.

검사장급이상 자리가 모두 바뀐 것도 검찰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사시 9~11회가 이번 인사로 고검장으로 올라갔고 사시 12회가 서울지검장
부산지검장 등 주요 일선지검장에 전진 배치됐다.

또 사시 15회의 검사장 시대가 열였다.


<>.대검 차장에 신승남 법무부 검찰국장을 임명한 것은 차기 총장구도와
연관이 깊다.

이번 인사는 검찰내 인사와 예산을 담당한 신 국장을 검찰내 2인자에 임명,
그의 행보에 무게가 실리게 됐다.

당초 예상을 깨고 서울지검장에 전북 출신의 임휘윤 대검 강력부장을 임명한
것도 의외로 보인다.

임 검사장은 검찰국장으로 옮길 것으로 예상됐었다.

또 검찰국장과 공안부장 자리에도 의외의 인물이 배치됐다는 평가다.


<>.이번 인사는 법무부가 내세운 "지역안배 배제" "경륜과 능력을 갖춘 인물
발탁"이라는 인사원칙이 대체로 지켜졌다는 평가다.

소장검사들은 인사에 대체로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이들은 "대전 법조비리"와 "옷 로비" 사건으로 만신창이가 된 검찰조직이
이번 인사를 계기로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했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과거 어느때보다 능력을 중요시한 공정한 인사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검사장급이 임명되던 법무부 교정국장에 이순길(57) 서울지방교정청장이
임명된 것도 이번 인사의 특징.

교정직 공무원이 교정국장을 맡는 것은 교정직 공무원들의 최대 숙원사업이
자 김대중 대통령이 약속한 사안이기도 하다.

법무부관계자는 교정직 인사때 임명될 교정국장은 연공서열을 탈피, 능력을
고려한 과감한 발탁인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김문권 기자 m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