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유능한 지도자와 지식인이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지도자가
유능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곤란을 겪게 됩니다. 유능한 지도자를 만날 때
로마는 융성했으며 무능한 지도자를 만났을 때 로마는 병들어 갔습니다"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일본의 여류작가 시오노 나나미(염야칠생.62)가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 초청으로 방한, 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시오노씨는 유능한 리더란 변화하는 시대에 잘 적응하는 것이라면서 리더의
방향이 바람직한가를 국민들은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마의 역사를 쓰면서도 현재의 상황과 합치되는 면이 많을 때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낍니다. 그러나 로마인 이야기는 현재의 상황을 고려해서 쓴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는 동양인이 서양사를 집필할 때 동양인의 시각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면서 그러나 역사집필은 당시의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5월에 제8권 집필을 끝냈습니다. 로마의 위기와 극복과정을 담았어요.
위기를 극복하는 민족이 있는가 하면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망해가는 민족이
있어요. 로마가 위기에 닥쳤을 때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소개했습니다"

시오노씨는 로마인이야기가 역사에서 강한 자만을 부각, 약한 자들에게는
너무 무관심하지 않느냐는 일부의 반발도 있다면서 그러나 자신은 역사는
유능하고 강한자가 이끌어간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보수와 진보의 대립, 이데올로기의 대립이란 한편으로 봐서는 수단이나
방편밖에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평화롭고 풍요롭게
살수 있게 하느냐는 점이죠. 이것은 결국 통치자의 노력과 역할 기술이지요"

그는 새로운 문화와 문명은 개방된 곳에서 시작해왔다고 덧붙인다.

그리스 문화는 미레스나 에스페스토스 등 항구에서 시작됐다는 것.

따라서 새 역사는 개방과 변화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그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두번째.

3박4일의 이번 방한기간중 울산 현대조선소와 현대자동차 공장을 둘러보고
프로축구경기도 관람할 예정이다.

3일에는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젊은이들이여, 21세기를 어떻게 맞을
것인가"라는 주제로 독자 토론회를 갖는다.

시오노씨는 1937년 도쿄에서 태어나 학습원(가쿠슈인) 대학 철학과를
졸업한 뒤 1964년 이탈리아로 건너가 어떤 공식교육기관에도 적을 두지 않고
혼자서 공부했다.

서양문명의 모태인 고대 로마와 르네상스의 역사현장을 온몸으로 취재하며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작품활동에 몰두하고 있는 그는 기존의 관념을
파괴하는 도전적 역사해석과 소설적 상상력을 뛰어넘는 놀라운 필력으로
수많은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로마인이야기는 92년부터 시리즈를 내놓고 있으며 제7권 악명높은 황제들
까지 출간했다.

2006년까지 매년 한권씩 내놓아 15권의 대작으로 완성할 예정.

이밖에 "남자들에게", "남자의 초상", "내 친구 마키아벨리" 등의 저서가
있다.

< 오춘호 기자 ohchoon@ >

<시오노 나나미 약력>

<>37년 일본 도쿄 출생
<>가큐슈인대 철학과 졸업
<>마이니치출판문화상, 시바료타로상 수상
<>대표작 "로마인 이야기" "남자들에게"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