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인 지난 14일 밤 11시 30분께 서울 강남역 근처.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차도까지 내려와 있다.

곳곳에서 "따블(두배)" 소리가 나왔다.

노란불빛의 모범택시도 연신 손님을 실었다.

현장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

술집과 고기집은 만원이다.

시장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길거리는 차량으로 홍수다.

택시기사인 김용부씨(성동구 망우동)는 "이제 사납금 따위는 걱정하지 않는
다"고 간단하게 설명한다.

요즘 "체감경기"는 거시경제 지표의 상승속도를 훨씬 앞질러가고 있다.

실업률과 경제성장률 같은 일부 지표가 아직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과는 딴 판이다.

흥청거리는 분위기가 완연하다.

체감경기의 현장분위기는 길거리에서 가장 쉽게 느껴진다.

대당 2천원씩 혼잡통행료를 내야하는 서울 남산터널 통행 차량이 급증했다.

월요일인 지난 10일 3호터널 통과차량은 4만2천7백대.

4개월전 월요일인 1월25일엔 통과차량이 3만9천대였다.

IMF전에 한참 혼잡이 심할 때(월요일 기준, 4만4천여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푼이라도 아끼자며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돌아가던 모습은 더이상 보이
지 않는다.

차량구입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들어 지난 4월말까지 서울시에 새로 등록한 차량은 1만2천대.

월평균 3천대 정도씩 늘어나고 있다.

서울 등록차량은 IMF이후 작년말까지 줄곧 줄어들어 왔다.

중고차 시장에도 활기에 넘친다.

올들어 4월말까지 서울의 중고차 거래대수는 4만3천4백79대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 보다 44.7% 증가했다.

중고차중 중형차는 4월중에만 3천9백37대가 거래돼 IMF전인 지난 97년 4월
(3천4백52대)보다도 많이 팔렸다.

중고 외제차 거래는 무려 92.3%나 폭증했다.

룸살롱이나 단란주점 손님이 늘면서 위스키판매도 증가추세다.

올들어 3월까지의 위스키판매량은 42만7천9백28상자(12병들이).

작년 1.4분기보다 29%나 늘었다.

값이 비싼 일부 술은 두배이상 팔리고있다.

올들어 3월말까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도 작년보다 2백58% 늘었다.

일본 멕시코에 이어 세번째로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는 나라로써의 "입지"를
되찾았다.

현대백화점 본점의 경우 올들어 4월말까지 2백만원이상하는 대형냉장고
(수입품포함) 판매액이 작년동기보다 42.9% 증가했다.

항공기이용객도 늘어나는 추세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초 76%를 나타내던 국내선 탑승률이 4월이후 80%선으로
올랐다.

아시아나의 탑승율도 올 연초 67%에서 최근 72%선으로 회복됐다.

주말이면 거의 매진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도매시장인 남대문과 동대문시장은 불야성이다.

특히 지방에서 올라오는 의류상들이 관광버스편으로 몰려드는 밤 11시이후
엔 일대의 교통이 완전마비될 정도다.

이는 경기회복의 온기가 지방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서울 강남 영등포 신촌 북창동 등 목좋은 음식점과 술집이 장사진을 이루는
건 벌써 한참된 얘기다.

체감경기가 "지표"를 선행하는 것이야 당연한 얘기다.

이런 현장의 분위기들이 모여서 성장률 등의 지수를 밀어올릴 것이다.

하지만 성장률 회복의 뒤편에 국지적인 과열의 부작용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주가급등으로 한목 잡은 "졸부"들의 과소비가 그것이다.

"우선 먹고 보자"는 봉급쟁이들의 푸념까지 여기에 뒤섞여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 남궁덕 기자 nkdu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