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결속력이 예전같지 않다.

산하 사업장의 모든 노조원들이 모여 결의대회를 벌이기로 한 날엔 간부들과
일부 노조원만 모인다.

아예 지도부의 지침은 아랑곳 않고 파업을 유보하는 곳들도 속출하고 있다.

영이 서지 않는 것이다.

지난달 25일 금속연맹은 본격적인 춘투를 앞두고 산하 40여개사에 하루짜리
"대정부 경고파업" 지침을 내렸었다.

그러나 정작 이날 파업에 참가한 노조는 전체의 10%수준인 6개사 2천3백40명
에 그쳤다.

지난 19일 공공연맹의 첫 파업날엔 데이콤과 전기안전공사 한국전력기술
등이 참여하게 돼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도 일부 노조원만 파업에 참여, 사실상 현장은 아무런 문제
없이 돌아갔다.

여기에 이어 단일노조로는 전국 최대조직을 자랑하는 한국통신노조 집행부는
26일 돌연 "파업 유보"를 선언했다.

강성노조 가운데 하나인 의료보험노조도 공공연맹의 파업돌입 지침을 따르지
않았다.

조합원 전원이 자리를 지켰다.

27일부터 파업이 시작될 금속연맹 소속 사업장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단위사업장이 파업에 들어갈 경우 통상 전날에는 노조원들 모두가 모여
파업결의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일반적 수순이다.

그러나 일부 사업장은 조용한 모습이었다.

일사분란하던 과거의 모습이 아니다.

우선은 경제사정이 좋지않은 점을 들 수 있다.

각 사업체마다 뼈아픈 구조조정을 치르고 있다.

회사를 잘라내고 대형 기업을 통채로 넘기는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 중앙의 지도부가 정부의 구조조정 시책 같은 이슈를 문제삼아
벌이는 파업에 단위사업장이 동조한다는 한다는 건 무리가 아닐 수 없다.

가뜩이나 여론은 최악이다.

경제위기의 질곡을 벗어나지도 못했는 데 "언제 적의 파업"이냐고 몰아치는
게 요즘 분위기다.

특히 한국 경제를 살릴 유일한 선택인 "구조조정"을 자신들의 "밥줄"을
지키기 위해 반대한다는 데 공감할 턱이 없다.

사업장 단위노조의 지휘에 노조원들이 제대로 따르지 않는 것도 한
원인이다.

파업출정식을 해도 일부 밖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

과거엔 서로 눈치를 보느라 싫어도 참가하는 경향이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이래저래 민노총의 올해 춘투 열기는 식어가고 있다.

이제 강경일변도의 "투쟁"도 막을 내려야할 시점이다.

< 김광현 기자 kk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7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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