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에서 딴 돈도 세금을 내야 한다"

한 여행사직원과 세무당국 간에 벌어진 분쟁에 재판부가 세무당국의 손을
들어 주었다.

서울고법 특별4부(재판장 김명길 부장판사)는 9일 김모씨가 "카지노에서 번
돈은 세금부과 대상이 아니다"며 안양세무서를 상대로 낸 4억7천여만원의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취소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세금부과는
정당하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여행사 가이드인 김씨는 지난 97년 6월께 마카오 일정이 끝나자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호텔 카지노에 들렀다가 떼돈을 벌었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단돈 3천2백원을 바꾸어 슬롯트머신에 넣고 손잡이를
당기는 순간 무려 12억2천여만원 상당의 동전이 쏟아져 내린 것.

김씨 귀국후 세무당국은 거액의 홍콩달러에 대한 출처 등을 조사한 끝에
종합소득세 4억7천여만원을 부과했다.

세무당국은 "카지노 경마 복권 등 사행행위 소득은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에
해당한다"는 조항을 내세웠다.

김씨는 곧바로 세금부과 취소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인 수원지법 행정2부는 작년말 "카지노 소득이 지난 94년부터
관관진흥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과세 대상이 안된다"며 김씨의 손을 들었다.

그러나 항소심재판부인 서울고법 특별4부는 "숨겨진 열쇠"를 찾아냈다.

정부가 지난 94년 카지노업을 관광진흥법상의 규제대상으로 돌리면서
슬롯머신만은 제외한 것.

슬롯머신은 지난 97년 12월에야 관관진흥법상 규제대상에 포함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가 슬롯머신으로 돈을 딴 시점은 97년 6월께로
관광진흥법이 아닌 사행행위법의 적용을 받는 만큼 과세는 정당하다"고
밝혔다.

일생일대의 최대 행운을 잡았던 김씨는 단 몇개월의 차이로 4억7천여만원을
세금으로 내야하는 조그만 "불운"이 찾아든 셈이다.

< 손성태 기자 mrhan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