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은 내가 하지만 판매는 남에게 맡긴다"

제약업계에 아웃소싱 바람이 확산되고 있다.

약효가 우수한 제품을 갖고 있지만 판매력이 취약한 제약업체들간에 영업력
이 뛰어난 제약사에게 판매를 위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달에만 업체간 판매 제휴 계약이 3건이나 맺어졌다.

생산업체는 제품 개발등 핵심 역랑에 집중할수 있고 판매업체는 마진을
챙길수 있다.

한마디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 위탁판매가 낫다 =지난 90년대초까지만해도 외부 판매위탁은 국내에
진출한 외국 제약업체가 국내 제약사에 판매를 전적으로 맡기는 형태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렇지만 제약업계의 판매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 올들어 국내 제약사
간에 판매아웃소싱이 경영전략의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피부로 약물을 흡수시키는 패취제를 전문적으로 생산중인 삼양사는 최근
관절염치료제 "류마스탑"을 종근당과 위탁판매 계약을 맺었다.

여성호르몬 패취제인 "에스트란"의 중형병원및 의원에 대한 판권도 명문제약
에 넘겼다.

앞으로 나올 신제품의 판매도 아웃소싱한다는 방침이다.

물론 위탁판매의 실익이 자체 판매보다 낫다는 교훈을 체험했기 때문.

삼양사는 지난 97년 국내 최초로 금연치료보조패취제인 "니코스탑"을
내놓았다.

혁신적인 제품인데도 11개월동안 고작 5억원어치가 팔리는데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이 제품의 판권을 대웅제약에 넘긴뒤 두달도 채 안돼
5억원어치가 팔렸다.

지난해 10월부터 태평양제약은 제일제당이 개발한 조루증치료제 "SS크림"를
대신 팔아주고 있다.

태평양은 지난해 SS크림 33억원어치를 팔아치우는 성과를 달성했다.

<> 약국시장을 노린다 =외국 제약사들은 전문치료제를 주로 생산한다는
특성으로 그간 병원영업에 치중해 왔다.

그러나 올해들어 성장의 한계를 인식, 약국시장을 노리고 있다.

의약분업이 내년 하반기부터 실시되면 약사들의 의약품 선택권한이 강화될
수 밖에 없어서다.

이에따라 매출 증대를 위해 약국 영업망을 복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노바티스 한국화이자 파크데이비스 인사이트비젼 등이 이같은 업체다.

한국노바티스는 지난달 무좀약치료제 "라미실"의 약국 판매를 태평양제약에
맡겼다.

태평양은 라미실의 연간 매출액을 지난해 38억원에서 올해 50억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라미실은 세계 무좀약 시장에서 1위를 석권하고 있는 상품.

그렇지만 국내에서는 한국얀센의 무좀약인 "스포라녹스"의 파상적인 마케팅
공세에 밀려 지난 95년 51억원의 판매고를 올린 이후 점차 매출이 감소하고
있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물론 국내 제약사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 능력으로 약국영업을 펼치려는
업체도 있다.

한국그락소웰컴 바이엘코리아 파마시아업죤 한국MSD 일라이릴리 등은
국내사에 판권을 넘긴 제품을 회수, 직접 판매하거나 자체 영업망을 확충
하고 있다.

<> 판매제휴의 효과 =판권을 넘길 경우 생산업체는 연구개발과 생산에만
치중할수 있다.

영업망을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도 줄일수 있다.

판권을 인수한 업체는 매출액의 6%쯤을 생산업체에 지불하지만 기존 영업망
의 생산성을 더 높일수 있다.

제품 마케팅의 성패가 사실상 영업능력에 의해 좌우되는 국내 의약품시장
에서 제약사간 판매제휴는 갈수록 증가할 전망이다.

< 정종호 기자 rumb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