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대기업에 들어간지 6개월만에 회사를 나왔습니다. 알고보니
인턴사원이라더군요. 명문대 출신에다 능력도 뛰어난데 왜 정규직사원으로
채용안됐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이코노 탐정사무소를 방문한 김모씨(52세)는 자리에 앉기도 전에 화가 난
목소리로 따지듯이 물었다.

김씨의 얘기를 들은 한경제 소장은 곧바로 최정예 공영칠 탐정을 불러
인턴제의 문제점을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최탐정은 곧바로 노동부 고학력대책팀장인 문기섭 서기관을 찾아 인턴제의
현황을 알아봤다.

"인턴사원제는 기업들의 채용이 크게 줄어든 지난해 6월부터 한시적으로
실시되고있는 제도입니다. 정부가 인턴사원 1인당 매월 50만원(현대 LG 등
5대그룹은 40만원)씩 6개월까지 지원해주고 있죠"

문 서기관은 정부지원 인턴제도가 실시된 이후 4만여명이 인턴사원으로
채용됐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대졸자 2만여명과 고졸자 1만명등 모두 3만명의 인턴채용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인턴사원이 정규직으로 채용이 안되면 근본적인 실업대책으로 보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최탐정)

"인턴사원은 훈련생 신분이어서 기업에 채용을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기업들이 인턴사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있습니다.
지난해 6월부터 실시한 "인턴사원 훈련제"의 경우 1월말 현재 수료생 6백63명
중 77.5%(5백14명)가 정규직으로 채용됐습니다"(문 서기관)

최정예 탐정은 이어 인턴제로 인해 사업장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알아보기위해 민주노총 산하 병원노련을 방문했다.

"사업장에서는 정규직을 정리해고한후에 그 자리에 인턴사원을 투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턴사원들은 비용이 거의 안드는데다 성적이 좋아야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조건때문에 말도 잘 듣기 때문이죠. 인턴사원제가
실업을 줄이는 제도가 아니라 노동자의 일자리를 뺏는 제도로 악용되고있는
셈이죠"

주미순 정책부장은 병원에서는 인턴사원제가 오히려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기업이 정규직 직원을 채용할 인력수요가 있는데도 인턴사원으로
뽑는다는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

공영칠 탐정은 올해초 1천명의 인턴사원을 뽑은 대우그룹을 찾아가 이같은
비난이 사실인지를 알아봤다.

"사실 그만한 인력수요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정부가 실업대책의
일환으로 인턴사원제를 추진한 만큼 기업도 사회적 책임때문에 그에 호응한
측면이 있지요"(대우그룹 인력개발팀 정희재 차장)

"그렇다면 인턴사원이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되기는 어렵겠네요"(공 탐정)

"물론 그렇습니다. 내부적으로 50%이상을 채용한다는 원칙을 갖고있습니다.
그러나 각 계열사의 실무자들은 6개월 동안 같이 고생한 사람을 자르기
어렵다며 많은 인원을 채용할 것을 건의하고 있습니다"(정 차장)

기업의 입장을 들은 공탐정은 정부지원 인턴사원제 때문에 기업이 정규직
채용시기를 늦추고 있지는 않은지 홍익대 취업센타를 찾았다.

홍익대 취업센타의 안재정씨는 정부의 인턴사원제가 기업들의 신규채용
분위기 확산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서울에 있는 웬만한 대학출신들은 대부분 인턴사원으로 채용돼도 정규직
전환이 보장되는 곳에 취업을 했다는 것이다.

한소장은 두 탐정으로부터 조사결과를 토대로 김씨에게 전할 보고서를
작성했다.

"인턴사원제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아직 이르다. 대부분의 기업이
지난 1월에 이들을 선발해 인턴을 수료한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턴제가 고용창출에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인턴제도가 정부지원과 관계없이 기업들의 채용방식으로 정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 김태완 기자 tw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