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벤처기업으로 선정된 태일정밀이 약 3년동안 8억8백만달러의 위장거래
를 해온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불법 외환거래가 무려 1천5백건 이상 이뤄질 동안 금융당국은 물론
세관이 전혀 이를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밝혀져 수출통관절차 및 허술한
감독체제를 그대로 노출시켰다.

<>범행수법 =태일정밀은 지난 94년 11월부터 부도 직전인 97년 11월까지
미국 중국 등지의 기업과 컴퓨터 부품을 직거래하면서 3억달러가 넘는 돈을
해외로 빼돌렸다.

상품가치가 전혀 없는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와 마그네틱 헤드 등을 중국현지
법인으로부터 성능테스트 명목으로 수입, 상품명과 포장만 바꿔 재반출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실상 쓰레기에 불과한 부품을 개당 수십달러가 넘는 고가의
반도체 제품인 것처럼 서류를 조작, 거래금액을 부풀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범행에 "동원"된 기업만도 중국및 홍콩의 현지법인과 페이퍼컴퍼니를
포함, 4개에 달한다.

태일정밀은 폐재고품을 고가로 위장, 미국의 GIGAMAX사와 모두 7백66건의
허위거래를 해왔다.

거래액수만도 3억9천만달러에 달한다.

또 홍콩의 페이퍼컴퍼니인 윈라이프사와도 66차례에 걸쳐 6천2백만달러에
이르는 "장부상 거래"를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파장 =이번 사건에 외국환을 취급하는 국내외 54개 금융기관 중 상당수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밝혀져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외국기업 및 미회수된 수출채권과 수입지급채권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일부는 국제소송으로까지 비화된 상태여서 사태수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수출채권은 중국현지의 쌍태전자실업에 1억7천2백만달러와
미국의 테크미디어컴퓨터 시스템사에 1억2천만달러, 미국의 퓨쳐테크사에
1천6백만달러 등 3억달러가 넘는다.

그러나 이들 회사에 지급해야할 수입대금도 역시 6천만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수출입과정에서 신용장거래를 주선한 국내외은행간 채권회수를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검거경위 =이번 사건을 맡은 서울세관은 자체 전산분석을 통해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밝혀졌다.

즉 외국환관리법상 수출채권은 6개월 이내에 회수토록 돼있으나 태일정밀측
이 아무런 이유없이 이를 위반한 것.

이 과정에서 세관측은 태일정밀이 위장거래 과정에서 은행의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으로 외화자금을 지급영수하는 등의 신고의무를 위반한 사실을
밝혀냈다.

< 대전=남궁 덕기자 nkduk@ 이심기 기자 sg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