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유출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이 해외로 재산을
빼돌린 직후 국내에서 1백억원 가량의 비자금을 조성,기업인수합병자금으
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1일 최회장이 공범혐의로 고소당한 피엔텍 수출사기사건의 검찰 수사기
록에 따르면 피엔텍 공동대표 홍권표(수감중)씨는 최회장이 97년 10월 개인
자금과 계열사 자금등 97억원을 동원,피엔텍의 사모 전환사채 76만주를 사
들였다고 진술했다.

최회장은 미국으로 도피한 스티브영사 대표 고충흡씨와 짜고 거액을 조달
했으며 이중 57억원을 전액 현찰로 바꿔 돈세탁을 시도한 것으로 홍씨 진술
에서 드러났다.

홍씨는 검찰에서 "고사장의 연락을 받고 신동아 회장 비서실장인 모이사
의 방에 갔더니 대형 이민가방 5개에 현금 10억여원씩을 나눠 담아 보관하
고 있었다"면서 "당시 비서실장은 회장의 지시로 급히 마련한 돈이다"고 진
술했다.

홍씨는 "최회장이 신아원을 통해 피엔텍의 수출을 도와주는 것처럼 하면
서 피엔텍을 인수하려 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최회장이 96년 5월부터 97년 6월까지 국내 4개 시중은행으로부터
수출금융 명목으로 받은 1억8천만달러 중 해외로 유출한 1억6천5백만달러를
뺀 차액 1천5백만달러를 국내에 비자금으로 조성,관리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또 검찰이 압수한 "M사 전환사채 경영권 확보문제"라는 신동아그룹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최회장은 당시 피엔텍의 제지부문 계열사인 모나리자를 인
수하기 위해 해외의 서류상 회사를 통해 공장을 인수한 뒤 한국법인화한다
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웠던 것으로 밝혀졌다.

피엔텍 사기사건의 주범인 홍씨는 반도체 위장수출을 하는 수법으로 1천
15억원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로 98년6월 구속기소돼 징역 5년의 실형을 받
고 복역중이다.

이심기 기자 sglee@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