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노사 문제에 "정치권 개입 불가"를 선언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8월 현대자동차가 수천명을 정리해고를 하려다가 정치권의 개입으로
불과 2백여명을 해고하는데 그쳤을 때도 강하게 비판했었다.

재계가 또다시 정치권 개입을 경계하고 나선 것은 올해 노사갈등이 심각하게
흐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50대 대기업 노무담당 임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절반이상이 노사관계가 지난해보다 악화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노무담당 임원들은 기업의 대규모 고용조정과 임금삭감, 강성 노조위원장의
당선 등으로 갈등심화가 불가피하다는게 노무담당 임원들의 시각이다.

올해 노사관계가 심상치않을 것이란 예상은 노동계의 일정에서도 읽을 수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등 양대 노총은 각각 이달과 다음달 중순쯤 위원장
선거를 한다.

선거가 치러지면 아무래도 강성 공약을 내걸 가능성이 높다.

민주노총의 경우 노사정위에서 합의사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노사정위원회의 불참을 선언했다.

재계 관계자는 "노동계에서 노사정위에 불참을 선언했지만 명분이 없다"며
"선거에서 표를 얻기위한 공약"이라고 해석했다.

근로자들의 불만이 높은 상황에서 강성 위원장이 당선될 경우 자칫 협상이
파행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게 재계의 분석이다.

재계는 정치권이 노사협상에 개입, 노사문제가 무원칙하게 미봉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재계는 실제 최근 대우전자, 삼성자동차의 빅딜 과정에서 종업원들의 반대
시위를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다.

이들의 조업거부가 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는 좀더 따져봐야겠지만 사태 수습
과정에서 정부나 정치권이 지나치게 노동계의 손을 들어주었다고 지적한다.

예를들어 지난달 31일 노동부는 현대-LG반도체간의 고용보장협상에 개입해
LG반도체 종업원의 2000년까지 고용보장과 명예퇴직시 10개월분의 위로금
지급등의 중재안으로 합의를 이끌어냈다.

또 지난 7일에는 LG반도체 노사간 협상에서 6개월분의 위로금지급과 생산성
향상에 따른 성과급지급등을 합의토록 유도했다.

물론 이러한 중재로 반도체 빅딜협상은 속도가 붙게됐다.

그러나 고용보장과 추가위로금 지급등이 합리화되면서 노사협상에 나쁜
선례를 남기게됐다고 재계는 설명했다.

경총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중공업의 중장비부문을 스웨덴 볼보사에 넘기
면서 종업원의 반발을 무마하기위해 1인당 5백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하는
선례를 남기는 바람에 결국 다른 기업들도 과다한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 박주병 기자 jb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