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목동아파트 11단지에 사는 한주현(27.여)씨는 얼마전 수퍼에서 계란을
사오다 크게 놀란 적이 있다.

산책 겸 운동 겸 편안한 상태로 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바로 뒤에서
부우웅하는 오토바이 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란 한씨는 뒤돌아 볼 겨를도 없이 급히 길 한켠으로 피했다.

문제는 이때 일어났다.

하도 경황없이 피하다보니 그만 들고 있던 계란상자를 놓쳐 버린 것이다.

계란은 하나도 남김없이 다 깨져버렸다.

하지만 오토바이 운전자는 사과 한마디 건네기는 커녕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그대로 지나갔다.

마치 그 일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인양.

인도를 걷는 보행자의 권리가 철저히 짓밟히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깨진 계란도 계란이지만 너무도 놀란 나머지 한동안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요즘 인도와 차도를 구별 않고 달리는 오토바이들이 많다.

조금이라도 빨리 가고자 차도와 인도를 넘나드는 오토바이가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피자나 중국음식 배달, 또는 퀵서비스를 하는 오토바이 등이
늘어나면서 사람과 오토바이가 함께 인도를 다니는 광경은 전혀 낯설지 않게
됐다.

하지만 문제는 오토바이들이 인도 달리기를 차도처럼 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있다.

속도를 늦추지 않기에 그만큼 사고의 위험이 높다.

다행히 사고는 당하지 않더라도 뒤에서 굉음과 함께 갑자기 지나치는
오토바이 때문에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는 경우를 한번도 당해보지 않은 이는
드물 것이다.

한씨 같은 젊은 사람일 경우는 그나마 신속하게 피할 수 있다.

하지만 행동이 더딜 수 밖에 없는 임산부나 노인네들에게는 인도를 침범한
오토바이가 자칫하면 치명적인 사고를 일으키는 "살인병기"가 될 수도 있다.

인도와 차도를 구분해 사용키로 한 것은 가장 보편적인 사회적 약속이다.

만약 인도를 걷는 사람들이 길이 불편하다고 인도 대신 차도로 걸어다니면
어떻게 되겠는가.

꼭 인도를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오토바이는 속도를 충분히 줄여서
다녀야한다.

< 류성 기자 sta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1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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