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제가 도입되면 직장생활이 엄청나게 피곤해지지 않을까요. 동료들보다
몇 푼 더 받기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되니까요. 무능하다고 찍혀 적게 받을수
없는 노릇 아닙니까"

성실하게 보이는 30대 중반 은행원이 이코노탐정사무소를 방문했다.

회사에서 연봉제실시를 검토하고 있어 걱정이 태산이라는 푸념부터 털어
놓았다.

한경일 소장은 공영칠 최정예 탐정에게 연봉제에 대해 자세히 조사해보라고
지시했다.

공 탐정은 대한상공회의소에 들러 자료부터 수집했다.

한국의 연봉제는 빠른 속도로 도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MF사태 이전만 해도 연봉제 도입기업을 찾아보기 힘들었으나 이제는 상장
기업의 74%가 연봉제를 도입했거나 곧 도입할 계획이란 사실을 알아냈다
(상의설문조사).

철밥통의 대명사인 공무원 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올해중 중앙부처의 국장급(3급)이상, 정부투자기관의 부장급(1급)이상을
대상으로 연봉제가 실시될 예정이다(기획예산위).

공 탐정은 노동연구원에서 외국 연봉제 현황에 대한 자료를 챙겼다.

임금이나 근로형태에서 우리 기업의 준거역할을 해온 일본은 연봉제
도입만큼은 매우 신중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말 현재 일본의 종업원 1천명이상 사업장 3백35곳 중에서 연봉제를
도입한 곳은 21%.

올해 도입 예정인 기업을 합쳐도 30%에 불과하다.

연봉제의 대표적인 국가는 미국.오히려 연봉제를 안하는 기업이 예외일
정도로 보편화돼있다.

그러나 매년 재계약으로 연봉을 정하는 순수 연봉제는 미국에서도 드물다.

직무급과 성과급을 합친 직무성과급이 대부분이고 재계약이 아닌 고과에
의해 성과급이 결정되고 있다.

최 탐정은 마포에 있는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찾았다.

최탐정은 경총부설 노동경제연구원의 안희탁 박사에게 초보적인 질문부터
했다.

"연봉제가 뭐길래 우리 기업들사이에 도입열풍이 부는 겁니까?".

"그동안 우리나라 직장인들이나 공무원들은 너무나 연공서열에 안주해
왔습니다. 연봉제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나 노는 사람이나 똑같은 월급을
받는 철밥통 임금제도를 고치자는 것입니다. 기업으로서는 개개인에게
동기를 부여해서 생산성을 향상시키려는 것이 연봉제도입의 근본적인 취지
입니다".

그러면서 안박사는 기업들이 실시하려는 연봉제가 프로야구식 연봉제와는
다른 한국형 연봉제라고 지적했다.

매년 재계약을 하는 것도 아니고 임금이 깎이지도 않는 한국형 연봉제는
성과급이라고 부르는게 오해의 소지가 덜하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렇지만 최하위 등급을 받은 사람은 돈도 돈이지만 퇴사압력으로 받아들일
만큼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누가 뭐래도 아직까지는 이게 우리의 직장문화다.

그래서 연봉제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은 대단하다.

평소 탐정사무소에도 노조를 만들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최정예탐정이
연봉제에 대한 노조측 견해를 들었다.

"연봉제든 성과급이든 근로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경쟁으로 인해
사내 분위기가 살벌해진다는 것입니다. 직장은 돈을 버는 곳이기도 하지만
직장인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생활의 터전이라는 생각은 왜 못합니까.
동료를 적으로 만들어 어쩌자는 겁니까"

한국노총의 김종각 연구위원은 생산성향상을 이유로 도입되고 있는 연봉제가
오히려 위화감을 조성하고 생산성을 깎아먹을 수 있다며 반대했다.

최탐정은 민노총의 주진우 조사통계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상대로 대답은 단순명쾌했다.

주부장은 요즘 연봉제는 도입의도부터 불순하다고 지적했다.

"사용자측이 연봉제를 주장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노동자를 각개격파시켜
임금결정에 있어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것입니다. 연봉제는 한마디로 사용자에
의한, 사용자를 위한, 사용자의 제도입니다"

조사를 마치고 돌아온 공.최탐정은 노사 양측의 의견이 너무나 달라 정리된
보고서 작성이 난감했다.

이때 파이프담배를 맛있게 피우던 한소장이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머리만 끙끙 싸맬 것이 아니라 연봉제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기업을 찾아 보라구"

공.최탐정은 "과연 소장이라는 게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라고 속으로
감탄하면서 성공사례집에 단골로 등장하는 동양제과의 성공사례를 참고하기로
했다.

조사를 끝낸 두 탐정은 연봉제 도입의 성패는 노사 신뢰와 공정한 평가에
달렸다고 결론지었다.

< 김광현 기자 kk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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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사례 - 동양제과 ]

동양제과는 지난 97년 1월에 연봉제를 도입했다.

우여곡절끝에 지금은 전사원을 대상으로 개인별 차등승급에 의한 방법과
성과.상여에 의한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 회사에서는 연봉제라 하지 않고 개별성과급제도라고 부른다.

개인의 연봉은 개인의 성과를 반영하여 결정되며 상여금이 고정적으로
지급되므로 월급의 인상이 곧 연봉의 인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개인의 연봉인상은 전년도의 업적평가를 반영하여 이뤄진다.

업적평가는 연 2회 실시되며 2회의 점수를 종합하여 반영된다.

결과는 피평가자에 공개하고 확인,서명하도록 하고 있다.

평가는 S,A,B,C,D 5단계로 이뤄진다.

B등급을 중심으로 A등급을 받으면 B등급보다 25%, S등급을 받으면 50%가
각각 승급된다.

C,D 등급은 그 반대다.

< 김광현 기자 kk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8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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