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진 한국정신문화연구원장이 취임 한달을 맞았다.

한 원장은 정신문화연구원을 "21세기 한국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정신"을
연구하는 핵심기관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 마련에도 몰두하고 있다.

한 원장은 지난 4일 제2건국위원회 전국대회에 참석, 강연을 통해 제2건국
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구체적인 실천운동으로 신지식인운동을 역설하는 등
대외적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 원장을 만나 정신문화연구원의 운영방향과 최근의 관심사항에 대해
들어봤다.

-정문연의 분위기는 파악하셨읍니까.

"그동안 전체교수협의회를 열고 여러 교수들과 만나 연구원의 변화방향에
관해 폭넓은 의견을 들었습니다.

예외없이 정문연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공김대를 갖고 있었습니다.

국민의 정신문화를 연구, 새로운 정신문화를 제시하는 기관으로 거듭
태어날 것입니다"

-정신문화연구원의 위상에 대해 논란이 많습니다만.

"일부에서는 정문연이 한국학만을 하는 기관이냐며 꼬집기도 합니다.

또 다른 쪽에서는 정부체제 개혁의 이론적 틀을 제공하지 않는가 하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국가 정신연구와 한국학연구는 동전의 양면이지요.

21세기 새국가의 틀은 한국고유의 정신문화를 연구하는데서 찾아야 합니다.

조선시대 집현전을 모델로 삼아 정문연을 이끌어 가갈 생각입니다"

-한국학이 국민 정신문화의 변혁에 어떻게 자리매김될 수 있을까요.

"정신지식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도덕과 윤리입니다.

도덕과 윤리는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이 전통은 사회통합 국가통합의 밀거름이 될수 있지요.

정문연은 전통문화를 이 시대에 맞게끔 창조적으로 계승해 새로운 사상을
만드는 기관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정신문화연구원이 문화관광부에 소속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정신문화연구원은 현재 직제상으로 교육부에 소속돼 있지만 문화부와
관련이 많습니다.

각 부처의 연구원과도 연계할 수 있는 사항들이 산적해 있지요.

부처간 네트워킹작업을 통해 부처의 업무를 도와주고 연구원도 도움을
받는 방향으로 작업을 추진하겠습니다"

-지난 80년대 중민이론을 제시해 중산층을 위주로 한 사회변혁에 대해 많은
논의를 불러 일으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21세기를 이끌어갈 중심사상으로 중민이론이 아직 유효한지요.

"중민이론의 근간은 민본주의입니다.

민이 중심이 아니라 민을 위한 사상입니다.

이 사상은 현대 민주주의와 접목돼 지식기반국가의 패러다임으로 정착되고
있습니다.

참여지향적 시민사회의 이론적인 틀이 될수 있다는 뜻이지요.

이제야말로 민본주의 참여민주주의를 자리매김할 때라고 봅니다"

-요즘 참여민주주의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참여민주주의는 향약 등 교화운동 의병운동등 여러 곳에서 그 전통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공익을 추구하는 이 사상은 현재 참여연대나 모임형태로 신사회운동(New
Society Movements)으로 범위를 넓혀 가고 있지요.

또 각종 집단들은 자기집단의 편협한 이익에서 벗어나 집단간 연대가능성
까지 논의할 정도로 우리사회의 주요한 토대로 자리매김되고 있습니다"

-건국위 전국대회에서 신지식인운동을 역설했습니다.

"신지식인은 정보화 세계화 마인드를 갖고 21세기를 개척하며 자기분야에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신지식인운동은 부정부패와 낡은 관행에서 벗어나 자부심을 가진 한국인
으로 가기 위한 개혁운동입니다"

-이와 관련해 정신문화연구원의 역할이 필요할 것이라고 봅니다만.

"정신문화연구원은 참여민주주의와 신사회운동의 기반확산을 위해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이들에게 개방적인 토론의 장을 만들어 주면서 공동으로 연구할 수 있는
사항은 함께 연구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서구에서는 "제3의 길" 등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찾는 실험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새 이데올로기는 어떤 형태를 띄게 될까요.

"한국의 새로운 이데올로기에 대한 길은 범아시아적인 연구에서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제3의 길이 모색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아시아적인 제3의 길이어야 합니다.

이것은 중용사상 등 고전에서도 충분히 해답이 나올 것이라고 봅니다"

-최근에 구상한 연구주제를 소개해 주시지요.

"워낙 바빠 지난해 발간하기로 한 중민사회학관련 저서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출판하고 나면 푸코나 하버마스가 논제로 삼았던 언술민주주의
등을 연구해 볼까 합니다.

언술민주주의는 참여민주주의의 발전된 형태로 여러 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최근 서구학계에서 논의되는 위험사회(Risk Society)란 주제에도
흥미를 갖고 있습니다.

위험사회는 미래가 불투명하고 불안정적인 현대사회를 일컫는 말로 어떻게
하면 안정된 사회로 나아가는지를 연구하는게 주제입니다.

우리 사회도 위험요소들이 많습니다.

이 주제를 갖고 올 봄께 세미나도 열 계획입니다"

< 오춘호 기자 ohc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