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시장에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진앙지는 20일부터 시작되는 의약품판매자가격표시제.

이 제도는 약국에서부터 제약회사에 이르기까지 일파만파의 충격을 주고
있다.

약국들은 본격적인 약육강식시대에 접어들었다.

우선 살아남기 위해 가격인하싸움을 벌이지 않으면 안된다.

지각변동요인은 이것뿐만 아니다.

7월초 예정된 의약분업도 시한폭탄이다.

의약품시장의 빅뱅을 조명해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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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서울 영등포구 대림전철역앞에 대형약국이 하나 들어섰다.

그후 이 일대 아파트지역에 자리잡은 소형약국들이 손님이 줄어 아우성이다.

문을 닫는 곳까지 생기고 있다.

서울 도봉구 창4동 창동전철역 입구.

이곳도 대규모 C약국이 생겼다.

그 여파로 4개 동네약국중 1곳이 폐업했고 나머지도 고전하고 있다.

대형약국이 저가공세를 펴 나타난 결과다.

약국들의 대형화는 올들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판매자가격표시제를 의식한 탈바꿈이다.

이에 따라 5평안팎의 "나홀로 약국"은 존립 위기에 처해있다.

그동안 동네약국은 손쉬운 장사를 해왔다.

표준소비자가격의 울타리속에서 대형약국의 저가투매공세를 피해왔던 것.

표소가는 공장도가격에 20~30%의 마진을 붙인 가격.

표소가의 -10%~+10% 범위에서 팔도록 권장돼왔다.

만약 약국이 공장도가 이하로 소비자에게 팔면 위법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런 보호막이 걷혔다.

약국이 구입가에 적정이윤을 붙여 팔고 싶은 가격을 표시해 두는
판매가표시제가 실시되면 약국간의 치열한 가격경쟁이 불가피하다.

그먀말로 "약장수" 마음대로 파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일선 약국에서는 판매가표시제에 대비, 지난 연말부터 진열된 의약품에
일일이 가격표를 새로 붙이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이미 약국들은 판매가가 인접 다른 약국보다 높을 경우 주민들의 불신을
살 것을 우려, 가격정보파악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더 싸게 의약품을 구입하기 위해 조건이 나은 도매상을 물색하는 약국도
많다.

동문회 지구별약사회 차원에서도 공동구매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물을 만난 곳은 대형약국과 약국체인망들.

도매상을 등에 엎고 있는 대형약국은 판매가표시제가 가격경쟁력을 활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대량구입에 저가투매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할수 없다는 분석도 크다.

종로에서 대형약국을 운영하는 최모약사는 "지금까지는 유명미끼 상품을
구입가격 이하로 팔아 손님을 끌고 하류메이커제품에서 이윤을 챙겼지만
판매가표시제하에서는 이런 메리트를 살릴수 없다"고 털어놨다.

대형약국보다는 약국체인망이 더 신이 나있다.

의약품은 생필품이 아니어서 양판점처럼 특정지역에 밀집한 대형약국의
경우 경쟁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지역에 분산된 체인가입약국이 의약품소매유통의 대세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90년대부터 활성화된 약국체인망은 한국메디팜 온누리건강 베데스다
파마토피아 등 8군데에 이르고 있다.

이들 체인망에 가입한 약국은 전체약국 1만9천여개소중 25%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체인망들은 가입약국에 전산화 인테리어 간판 등에 통일성을 주는
CI(기업이미지통합)나 특정체인에만 공급되는 PB(자체상표)의약품의 개발 및
공급에 힘써왔다.

약국의 기업화에 정작 필요한 대량공동구매나 기업경영 및 임상약학정보의
보급의 역할은 미약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후자의 역할을 확대하면서 약국유통을 주름잡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일환으로 한국메디팜 등 두곳의 체인망이 의약품 도매상영업 허가권
취득을 추진중이다.

베데스다체인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체인가입약국에는 PB상품의 비율이
최고 3분의 1까지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PB의약품은 체인이 제약사에 위탁생산, "<><>체인 아스피린" 식으로 대량
유통시키는 상품.

이렇게 되면 체인망의 입김이 강해져 제약사들은 제품의 개발 기획 권한까지
빼앗기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제 약국은 <>대형화 <>체인화를 통한 조직화 <>임상실력을 갖춘 전문화중
한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됐다.

< 정종호 기자rumb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9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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