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금창리 지하시설의 의혹을 풀기 위한 미국과 북한간의 3차회담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시작됐다.

북한 측은 지하시설에 대한 사찰 허용조건으로 경제적 보상을 요구했고
미국은 완벽한 사찰을 주장, 시각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회담에 앞서 로버트 갈루치 대량살상무기 전담특사를 만나 이번 회담에
대한 전망과 북한문제를 보는 미국의 시각을 들었다.

<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bjnyang@ao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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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금창리 지하시설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북한은 수출할 수 있는 상품이 핵과 미사일등 전통무기를 기반으로 한
위협밖에는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북한은 이를 이용해 정치적인 긴장도를 최대한 높여 그 값을 올리려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 계획으로 경수로 2기등 50억달러와 매년
50만t의 중유를 벌어 들였다고 비꼬기도 한다.

경수로와 중유공급으로 재미를 본 북한이 똑같은 방법으로 아무 것도 아닌
지하시설을 팔아먹으려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각본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북한은 위험한 장사를 계속하고 있다"

-지하 시설 문제로 94년 체결된 미.북 제네바 핵합의에 대한 회의론이
높아지고 있다.

파기될 가능성이 있는가.

"북한이 지하 핵시설 건설을 강행하면 제네바 합의는 당연히 파기될
수밖에 없다.

제네바 합의 서명 당사자인 나로서는 그런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전망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하는 입장이다"

-미국은 핵협상 당시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북한에 대해 무력대응
까지 불사한다는 자세였는데 이런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뜻인가.

"그렇다"

-북한의 미사일 문제는 제네바 합의 내용에 포함돼있지 않다.

미국이 이문제를 제네바 합의와 연계시켜 제기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제네바 합의서를 들여다보면 "다른 문제 (other things)"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다른 문제"란 북한의 미사일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염두에 둔 것이다.

미사일 문제가 명문화돼있지는 않지만 나는 당시 강석주 부장등 북한측에
구두로 이점을 분명히 주지시켰다.

따라서 미사일문제 등은 합의사항의 일부다"

-파키스탄 인도등은 이미 핵실험을 끝낸 상태다.

북한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북한이 미사일을 긴장고조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파키스탄과 이란도 미사일 실험을 했지만 이는 모두 북한의 노동 미사일을
개조한 것이다.

북한은 대포동 미사일로 일본을 비롯한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미사일
수출로 서남아 및 중동 지역의 평화를 저해하고 있다"

-미국내에서 행정부와 의회가 대북 정책을 놓고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공화당 주도의 의회는 제네바 합의는 파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유제공을 위한 예산지출에도 부정적이다.

미국의 향후 입장이 어떻게 정리될 것으로 보는가.

"의회는 제네바 합의 당시부터 비판적이었다.

물론 제네바 합의가 완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한국 미국 일본 및 북한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서 만들어 졌다.

북한이 끝내 지하시설 사찰을 거부하면 의회가 북한지원 예산을 동결하는
등 행동에 나설 것이다.

제네바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지하시설 사찰과 미사일 문제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

-찰스 카트먼 대사는 금창리의 지하시설이 핵과 관련된 시설이라고 믿을
만한 "충분한(compelling)" 근거가 있다고 말했다.

"충분한 근거"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분명한 근거(substance)"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 지에 대해 내가 말할 입장은 아니다"

-대북한문제와 관련, 한국은 미국정보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양국은 정보를 어느정도 공유하고 있는가.

"정보공유는 상당한(extensive) 수준에 이른다.

미국이 많은 정보를 독점하고 있으면서도 공유하지 않으려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측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한국쪽이 미국에 제공하는 정보도 적지 않다.

한국의 정보수집활동도 상당수준에 이르러 있다"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이 향후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한국뿐 아니라 일본도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때문에 북한에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주고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는
여지는 좁아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남북통일에는 엄청난 비용이 들 것이다.

한국은 그같은 재정적인 부담을 의식해 통일을 위한 준비작업을 가속화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정주영회장의 "소떼 방북"과 "금강산 관광"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매우 긍정적인 사태발전이다.

북한은 경제가 어렵고 외국자본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남한 사람들이 들어가지 않는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는 기대할 수 없다.

북한이 이런 현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 햇볕정책 및 정경분리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나는 김 대통령을 존경(admire)한다.

햇볕정책은 용기있고(courageous) 올바른(correct) 정책이라고 본다.

용기있다는 이유는 이유는 한국에서는 그같은 정책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올바르다는 것은 북한 핵 문제에 단호하게 대처하고 한미 동맹체제를
강화할 필요는 있지만 북한을 다뤄가는 데는 인센티브 제공 또한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은 지난해말 북한 핵문제와 식량 지원, 미.북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 대북 경제제재완화 등을 한꺼번에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일괄타결을
하자는 제의를 했다.

관련국들이 이같은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보는가.

"물론 가능한 일이다.

오히려 그같은 해결의 열쇠를 적극적으로 찾아야할 때다"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긴장하고 있다.

중국은 4자회담의 당사자다.

양국의 입장은 어떤가.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서려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네바 핵 합의가 살아있기 때문에 그 범주내에서 행동반경을
자제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반도 문제에 관한한 미국과 중국의 이해는 일치한다.

무엇보다도 중국은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중국은 관련국들과의 협의 과정에서 중재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떠맡을
것으로 본다"

-한국정부는 4자회담과는 별도로 동북아의 안보 문제를 협의하기위해
일본과 러시아가 참여하는 6자회담을 구상하고 있다.

미국등 관련국들이 이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하는가.

"미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는 모르지만 나는 6자회담이 오히려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일본 및 러시아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4자회담을 진행할 것이다.

2개국이 추가되면 남북한간 직접 대화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6개국이 모이면 회담이 아니라 토론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끄는 북한이 앞으로 개혁.개방을 통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 될 것으로 기대할수 있는가.

"단기적으로는 회의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