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면서 경유차량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연료가 얼어붙어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주행이 제대로 되지 않는 현상이 속
출하면서 정비업소를 찾는 경유차량이 크게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비업계에서는 정유업체가 그동안 날씨가 따뜻한 점을 이용해 "
여름용 경유"를 공급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지난 9일 오전 영등포구 양평동에 있는 기아자동차서비스 영등포 사업소.

이른 아침부터 30여대의 차량이 수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이중 20여대가 경유차량이었다.

이 회사의 전준식 대리는 "기온이 떨어지면서 정비소를 찾는 경유차량들이
늘고 있다"며 "대부분 경유가 얼어서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주행 속도가 제
대로 나지 않는 차량"이라고 말했다.

이들 차량의 경유는 대부분 우유빛을 띠고 있었다.

경유가 얼어붙으면서 섞여있는 왁스(Wax)가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서비스 동부사업소 관계자도 "시동이 걸리지 않아 정비소를 찾아
오는 경유차량이 부쩍 늘었다"며 "이들 차량의 연료통을 떼어내 난로로 녹인
뒤 다시 부착하면 차가 정상적으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경유는 일단 한번 얼면 나중에 녹더라도 밑에 앙금이 쌓이게된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이 앙금이 연료여과기를 막아 연료의 흐름을 봉쇄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경유는 휘발유에 비해 유동점이 높다.

즉 기름이 추위로 얼어서 더 이상 흐리지 않게되는 온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는 것이다.

이에따라 석유사업법에는 경유의 유동점이 여름철의 경우 0도, 겨울철의 경
우 영하 10도 이하인 제품만을 공급하도록 규정하고있다.

경유에 섞여있는 왁스를 얼마나 추출하느냐에 따라 겨울용과 여름용이 구분
된다.

그러나 정작 기름을 공급하는 주유소에는 이같은 사실이 잘 알려져있지 않
다.

상계동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계절에 따라 다른 제품의 경유가
공급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대부분의 주유소가 정유회사에서 공급하
는대로 기름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비업계에서는 여름용 경유가 여전히 팔리고 있거나 적어도 겨
울용 경유와 섞여서 판매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있다 .

이에 대해 모 정유업체 관계자는 "대략 10월경부터 겨울용 경유를 공급하는
것이 관례"라며 "우리 회사가 생산하는 겨울용 경유의 유동점은 영하 25도이
기 때문에 요즘 같은 날씨에는 절대 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김태완 기자 tw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