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축구등 다른 스포츠와 달리 심판이 없다.

골퍼 자신이 곧 심판이다.

훌륭한 골퍼라면 연습스윙 도중 골프볼이 조금만 움직여도 스스로 벌타를
부가한다.

이같은 결정을 내릴수 있는 지침서인 골프규칙은 에티켓(제1장)에서
출발한다.

정작 플레이규칙은 제 3장에 담겨있다.

스트로크 도중 플래쉬만 터져도 당장 악영향을 받는게 골프이기 때문이다.

"다른 플레이어에 대한 배려"가 에티켓의 핵심이다.

다른 사람의 안전을 확인하고 누군가 볼을 치는 동안 움직이지도 말고
소리도 내선 안된다.

신속하게 플레이를 진행하고 코스도 보호해야한다.

그러나 한국 골프는 이와 딴판이다.

"골프장에 가보면 한국 사람들 정말 너무한다는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규칙이고 매너고 안중에 없다. 최소한의 기본기도 갖추지 못한채 골프장에
나와 볼을 골프채에 맞추지도 못해 애꿎은 잔디만 망가뜨린다. 뒤에서 차례
를 기다리는 사람들로서는 짜증스럽지 않을수 없다"(이케하라 마모루 라센
관사 고문)

이케하라 고문의 지적대로 기초스윙만 익힌뒤 출장하는 골퍼가 많다.

스코어보다는 게임의 내용을 중시한다는 글로벌스탠다드는 배운 적도 없다.

이러다보니 기브(O.K)와 멀리간이 남발된다.

원칙대로 치자고 주장했다간 당장 이단자로 취급받는다.

스코어에 관계없이 첫 홀은 모두 보기이며 더블 파이상은 없다는 사이비
룰이 횡행한다.

한타당 1만원, 심지어 10만원이상의 고액 내기골프도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그만큼 플레이가 늦어질수 밖에 없다.

볼을 잘못 친뒤 캐디에게 화풀이하거나 클럽 식당에서 큰 소리로 떠드는
골퍼도 쉽게 찾아볼수 있다.

그렇지만 당장 현해탄만 넘어가도 한국의 미덕인 기브(O.K)는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악덕으로 취급받는다.

대부분의 일본 골퍼들은 매홀마다 반드시 홀아웃하고 스코어도 직접 기재
한다.

물론 우리 현실에서 규칙대로 플레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수 있다.

그렇다고해서 에티켓을 무시한채 "더러운 파"를 추구하는 행위가 결코
합리화될수는 없다.

최영정 골프칼럼니스트(67)는 "스코어는 좋지만 건방지고 무례한 "굿
플레이어"보다는 자신에겐 엄격하고 남에게는 관대한 "굿 골퍼"가 되도록
노력해야한다"고 충고한다.

< 최승욱 기자 swcho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