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맨해튼" 여의도가 되살아나고 있다.

"죽음의 도시"를 연상케했던 여의도에 아연 활기가 넘치고 있다.

증권시장이 수렁에서 탈출, 활화산같은 폭발장세를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썰렁했던 증권사객장은 어느 결엔지 투자자들로 북적대고 있다.

핸드백을 든 가정주부에서부터 머리가 희끗한 중년남성들에 이르기까지
고객층이 다양하다.

샐러리맨으로 보이는 넥타이부대들의 모습도 흔하다.

그야말로 개미군단의 부활이다.

여의도 식당가와 술집 등은 연말 망년회시즌까지 겹쳐 오랜만에 흥청거리고
있다.


내년초 국가신용도 등급 상향조정 소식이 전해진 21일 여의도 대우증권
1층 객장.

장이 서기 전부터 투자자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시황판이 일제히 빨간색으로 출발하자 객장은 탄성으로 가득찼다.

증권사 직원들은 매수주문을 받느라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다.

대우증권 박완규 차장은 "정적만 감돌던 예전과는 딴판"이라며 "오랜만에
사람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거래시간 변경으로 30분이나 줄어든 점심시간.

증권사직원들은 햄버거나 미리 주문한 도시락, 자장면 등으로 10분만에
간단히 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너무 바빠 상당수의 증권맨들은 점심을 거르는 일도 다반사가 됐다.

그러나 이들은 배고픈 줄 모르고 일하고있다.

증시활황으로 구조조정 얘기가 쑥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가 조금만 더 이어지면 깎였던 정기상여금은 물론 특별보너스까지
기대할수 있게됐다.

더구나 울며 겨자먹기로 받은 우리사주가 3주사이에 10배이상 올라 웃음이
절로 나온다.

동양증권의 서모(34) 대리는 "우리사주를 처분할수 없어 차익을 낼수는
없지만 회사분위기도 좋아지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사실 거래대금의 1%를 수수료로 받는 증권사들은 요즘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하루 수임만도 50~1백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일손이 달려 신입사원을 뽑는 증권사도 늘고있다.

이미 상반기 60명을 뽑은 대신증권은 하반기에 목표인원의 두배가 넘는
76명을 채용했다.

대우와 현대 삼성등도 1백~2백명씩 신규인력을 수혈했다.

LG증권도 경력직 채용작업을 뽑을 채비를 하고있다.

동양증권도 약간의 신입사원을 뽑는다.

증시활황을 피부로 느끼는 곳은 여의도 음식점가.

증권맨들이 가볍게 한잔할 수 있는 음식점과 단란주점 등은 만원사례다.

"주가 세일"과 "공짜 커피"로 유혹해도 손님이 없어 울상을 짓던 때가
불과 2주전의 일이다.

K살롱의 웨이터는 "최근 고급 룸살롱에는 접대손님들이 밀려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분위기도 이전의 한숨과 푸념이 아닌 기분을 내는 유쾌한 술자리로 변했다.

"비는 방이 거의 없을 정도다. 일손이 부족해 옛날에 줄였던 인원을 비상
호출하는 일이 잦아졌다"(여의도 J단란주점 진모씨)

여의도 증권타운에 관한한 IMF터널은 이미 없는 듯하다.

< 이심기 기자 sg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