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극으로 판명된 슈퍼마켓 주인 발목절단사건은 최근 발생한 "손가락 절단
사건"과 함께 우리사회에 만연된 물질만능주의가 또 다시 드러났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범인 정씨는 증권투자와 도박으로 진 3억원의 빚을 일거에 해결하기 위해
평소 알고 지내던 택시운전사 김모씨에게 5천만원을 주는 대가로 자신의
발목을 잘라줄 것을 요청했다.

더구나 정씨는 봉합수술조차 받을 수 없도록 발목을 먼 곳에 갖다 버리라고
주문했다.

김씨는 실제로 절단된 발목을 한강에 갖다버리는 등 인면수심의 행위를 저질
렀다.

정씨는 사전에 1급 장애판정을 받으면 4억~5억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3개 보험상품을 비롯해 보험금이 20억원에 이르는 24개 보험상품에 가입했다

이를 위해 매달 지불한 보험료만도 1백30만원.

정씨는 마취제와 흉기 등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끔찍한 도구
들로 자신의 몸에 자해를 가했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중상해 및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으나
정씨의 경우 사법처리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씨의 행위는 보험사기를 위한 예비행위에 불과해 범죄구성요건이 성립되지
않기 때문.

물론 정씨가 보험금을 청구해 놓은 상태라면 사기미수 혐의를, 보험금을
타냈다면 사기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

정씨는 그러나 보험금은 커녕 평생 불구자로 지낼 수밖에 없어 사법처리보다
더한 업보를 치르게 된 셈이다.

< 이심기 기자 sg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