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할 때는 풀릴 때까지 충분히 잤어요. 공부가 안될 때는 바흐의 음악을
듣거나 만화책을 보면서 긴장을 풀었습니다"

수능시험 사상 처음으로 만점을 받은 오승은 양은 "공부는 어쩔 수 없이
하는 것 보다는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오양은 행자부 지방행정연수원장인 오형환씨의 외동딸.

오씨와 방산중 교사인 어머니 이우인씨 사이에 1남1녀중 막내로 태어났다.

오빠 석준(19)군은 현재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1학년에 재학중이다.

오양은 공부방법에 대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3~4명이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토론식으로 공부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클래식 음악감상과 독서가 취미인 오양은 지능지수(IQ) 1백50의 수재형.

수능시험 선택과목인 수리탐구II영역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어렵다고 기피
하는 물리과목을 선택하는 고집도 보였다.

오양이 만점을 받기까지는 부모의 영향도 컸다는 것이 주변의 분석이다.

아버지 오씨는 행시에 수석합격한뒤 총무처 복무감사관.고시훈련국장.조직
국장.인사국장.소청심사위원 등과 행정자치부 기획관리실장을 거쳐 지난 6월
부터 지방행정연수원장을 맡고 있다.

오씨는 오십이 넘은 나이에도 한양대 행정학과 석사과정을 준비하는 등
뜨거운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다.

오양 스스로도 "공부에 흥미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깊은 학구열
때문이었다"면서 "아버지를 닮으려고 노력했으며 교사이신 어머니의 영향도
컸다"고 털어놓았다.

고교 입학 이후 줄곧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던 오양은 "고교입학 후 잠시
과외를 받았으나 이후 과외는 하지 않았고 다만 3학년 때 언어영역과 사회
탐구 영역을 위해 학원을 꾸준히 다녔다"고 말했다.

어머니 이씨도 "중학교 3학년때 서울대 학생인 사촌 오빠한테 두달 동안
수학지도를 받은 것 외에는 별도로 과외를 시킨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과학고에서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에 과학고에 들어온 것에 만족한다"는
오양은 "공부할 때 주제가 주어지면 인터넷 등을 샅샅이 뒤지면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공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수능시험이 끝난 뒤 가채점을 하면서 만점을 받았다는 것을 예감했다"
면서 "현재는 서울대에 같이 합격한 친구 3명과 대학에서 배울 수학과 물리학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성과학고 3학년 주임 송도찬 교사는 "오양은 총명한데다 타고난 노력파여
서 모의고사에서도 항상 3백90점대를 얻어 전교 1등을 했으며 이미 수석졸업
도 확정된 상태"라고 말했다.

송교사는 특히 "오양은 주어진 과제에 대한 집중력이 강하고 독서량이 많아
상식과 어휘력도 풍부하다"면서 "학교문집 발간에 참여하는 등 성격도 활달해
폭넓은 학교활동에 참여했다"고 소개했다.

한편 지난 81년 대학별 본고사가 학력고사로 바뀐 뒤 학력고사 최고점수는
93년도에 민세훈씨가 얻은 3백40점 만점에 3백39점.

94년부터 시작된 수능 최고득점자는 지난해 수리탐구II에서 1.5점짜리 문제
1개를 틀려 3백98.5점을 얻은 서울과학고 출신의 한상형(20)군이었다.

< 이건호 기자 leek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