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전문가에서 스티커 숍 주인으로... 나의 길을 가련다"

지난 10월 17일 서울 이대앞에 스티겐 스티커스라는 스티커 숍을 낸 한세구
(45)씨.

그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경력 20여년을 자랑하는 프로 증권맨이었다.

최근까지 TV와 신문 등의 증권관련 해설가로 이름을 날렸고 골든힐 투자
자문사 대표 시절에는 대기업인 한화종금을 상대로 공격적 M&A를 시도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 당시 그의 연봉은 억대.

그러나 한씨는 그런 고소득을 마다하고 단돈 몇천원에 연연해야하는 소규모
점포주인을 택했다.

40대 중반에 새로운 인생 승부수를 던진 그의 행위에 대해 주변에서 의문을
던진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10평 남짓한 한씨의 새 일터에 들어서면 그의 선택이 "이유 있음"을
알게 된다.

우선 스티커 사진기계부터 여느 점포와는 다르다.

기존 점포의 기계는 하나같이 고정된 박스형태를 취하고 있으나 이곳의
기계는 어떠한 방향과 위치에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리모컨으로 3백60도 회전가능한 소형 CCD 카메라를 조작, 자유자재로
자신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낼 수 있다.

여기에 침대와 그네, 웨딩 드레스 등 다채로운 소품을 갖춰 타 점포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한씨의 발상전환은 빠르게 결실을 맺고 있다.

개점 두달여 동안 순이익만 1천여만원을 올렸다.

투자비가 4천여만원 가량이었으니 밑천뽑는 일은 시간문제인 셈이다.

하루평균 이용객이 2백여명을 웃돌고 사업구상차 다녀가는 사람만도 벌써
수십명에 이른다.

고소득이 보장되는 열쇠는 바로 기계에 있다.

한씨 가게에 있는 4대의 사진기 가운데 맨 처음 설치된 기계는 일본 핌코사
로부터 대당 8백50만원에 들여온 완전 수입품.

그러나 한씨는 부품을 국산으로 대체, 개발해 3대를 추가 설치했다.

생산원가가 대폭 낮아진 것은 물론이다.

여기에 카메라 위치변환 지지대와 바퀴 등을 달아 기계의 활용도를 높였다.

또 사진배경 교체 및 추가시에도 기계 자체를 바꿔야 하는 기존 제품과
달리 담배갑 크기의 롬(ROM)만 교체하도록 개선해 세계특허까지 획득했다.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 이 기계에 관심을 보임에 따라 중남미 등 미주시장
공략에도 나설 계획이다.

특히 스티커기계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을 비롯 중국과도 수출협상을
갖는 등 사업은 확장일로에 있다.

"처음엔 스티커 숍을 한다니까 다들 말렸죠. 그러나 제가 일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고 많이들 달라졌어요. 지금은 고교에 다니는 딸애도 아빠일을
돕겠다고 조르고 있습니다"

한씨는 적성에 맞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씨는 경기를 타지 않는 젊은층을 겨냥한 사업이기도 하지만 그들과 함께
하면 왠지 마음이 편해지고 젊어지는 기분이라며 새로운 선택에 만족하고
있다.

"절대 조급해하지 말고 철저한 자기점검을 한 뒤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면
누구에게나 기회의 문은 열려 있는 것 같습니다"

"안정"대신에 "모험"을 택한 한씨의 사업관이다.

(02)369-5096

< 최성국 기자 skcho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