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탑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대학들이 IMF체제 이후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극심한 경제난, 학생수 감소, 외국 대학들의 진출 등으로 환경이 급변한
탓이다.

이제 대학가는 ''대학빅뱅''없이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대학이 처한 위기상황을 진단하고 그에 맞는 생존전략을 시리즈로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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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A대학.

올해 신입생 모집정원 1천9백85명 가운데 6백58명(33%)만 등록했다.

1천3백여명이 빠져나간 것.

또 다른 지방의 B대학.

3백61명을 모집할 계획이었지만 98명(27.6%)만 입학했다.

등록금 의존율이 70%가 넘는 이들 두 대학은 존폐위기에 처해있다.

지난 1학기 기준 전국 1백86개 대학의 입학정원은 33만여명.

정원의 2.9%인 9천7백40명의 결원이 발생했다.

작년의 4천4백39명에 비해 두배 이상 늘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집계 분석한 자료다.

"파산위기에 내몰린 대학만도 10여개가 넘는다"(대학 관계자)

그동안 대학은 해마다 불어나는 학생수 덕분에 호황을 누려왔다.

경영전략 수립 등 "품"을 들이지 않고도 "남는 장사"를 했다.

문어발식 학과증설과 시설투자, 비싼 실습기자재 도입이 유행처럼 번졌다.

이같은 "방만경영"이 IMF를 만나면서 대학위기로 나타났다.

환율급등으로 대학병원마다 3백억~6백억원의 환차손을 떠안았다.

대학재정을 살찌우는 효자역할을 하던 대학병원이 거꾸로 대학의 발목을
잡은 것.

대교협 조사에 따르면 전국 1백1개 4년제 사립대학의 빚은 모두 2조4천억여
원.

학교당 평균 1백75억원 꼴이다.

부도를 낸 단국대의 경우 2천5백억여원의 빚을 지고 있다.

이밖에도 부채규모가 1천억원 이상인 대학이 2개, 5백억~1천억원인 대학이
10개나 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손 벌릴 곳은 없다.

대학에 대한 올해 정부의 예산지원액은 9천9백80억원.

지난해(1조2천억여원)보다 2천억원 정도 줄었다.

더구나 오는 2003년부터는 대학정원(72만6천1백81명)이 대학진학희망학생수
(64만5천7백13명)보다 8만명 가량 많아져 대학들은 더욱 긴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짜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다.

주력학과를 육성하고 경쟁력 없거나 중복설치된 학과를 통폐합하는 등
대대적인 수술에 착수했다.

다른 대학이 손대지 못한 경쟁력 있는 학문을 "무기"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중앙대는 당초 2002년 이후 실시할 예정이던 인문대 및 사범대 일부학과의
통.폐합을 앞당겨 내년부터 시행키로 했다.

서울 캠퍼스는 약학 신문방송 경영 분야를, 안성캠퍼스는 문화.예술 분야를
각각 특화시킬 계획이다.

한양대는 서울.안산캠퍼스간 유사.중복학과를 통폐합키로 했다.

특히 전공(학과)별로 정원을 할당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자유의사에
따라 전공을 선택케 할 방침이다.

이렇게 하면 경쟁력없는 분야가 도태될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

경희대는 서울 캠퍼스의 경우 한의학을 중심으로 한 의학계열과 영어.경제
통상학부를, 수원캠퍼스는 공대와 체육대, 문화예술관련 전문대학으로 육성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서울캠퍼스에 있는 체대 일부학과를 수원으로 옮기기로 최근
확정했다.

건국대는 그동안 학교의 "얼굴"격이었던 축산부문의 비중을 과감히 줄이는
대신 식품 가공.유통.포장 등 새로운 시대에 맞는 분야를 집중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성균관대의 경우 10개학문 분야를 중점 육성한다는 대학원중심 대학 전환
계획을 세우고 12월초까지 특성화 분야를 선정키로 했다.

동국대는 불교학 정보통신 경찰행정학 연극영상 국어국문학을, 아주대는
정보.컴퓨터공학부 미디어학부 경영학부 국제대학원 등을 "간판"으로 내세
우려 하고 있다.

대학간 인수.합병 및 통폐합도 조짐도 무르익고 있다.

경상대-창원대, 여수대-순천대, 목포대-목포해양대, 강릉대-삼척대 제주
교육대-제주대 등 전국적으로 10여개 대학에서 통합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 이건호 기자 leek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6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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