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불경기와 대량실업이 흥겨워야 할 추석분위기를 앗아가고 있다.

상여금 대신 자사제품을 지급한 회사가 생기면서 "마케팅 귀성"이 늘고
지방의 부모들이 서울에 있는 자식을 "위로방문"하기 위한 역귀성이 새로운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

연휴기간동안 가족단위로 설악산등지를 찾는 관광객의 숫자도 급감했다.

일부 직장인들은 선물로 받은 상품권이나 주유권 구두티켓 등을 되팔아
귀향비를 마련하고 있다.


<>마켓팅 귀성=보너스 대신 지급받은 자사제품을 돌리거나 할당된 판매량을
채우기 위해 제품안내서를 가지고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도 늘고 있다.

재고정리를 위한 회사측의 궁여지책앞에서 어쩔 수 없이 가족에게 할당량을
떠넘기기 위해서다.

특히 과잉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핸드폰 등 전자업계와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금융기관 직원들은 신제품 홍보와 각종 재테크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카탈로그를 함께 챙기고 있다.

B약품은 최근 6백여 임직원들에게 추석보너스 명목으로 자사의 치약, 칫솔,
비누, 샴푸 등 생활용품 위주의 선물세트를 지급했다.

적게는 몇 십만원에서 많게는 몇 백만원 어치의 선물을 받아든 임직원들은
대부분 슈퍼 등에 팔아 귀성비를 마련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전자부품을 만드는 M사의 임모과장은 "다같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제품안내서를 챙겼다"고 말했다.


<>콘도제사 급감=추석 1~2주 전에 성묘를 마치고 설악산과 제주도등지에서
"콘도제사"를 지내고 연휴를 즐기는 가족단위 관광객들도 크게 줄었다.

설악산 대명콘도와 한화콘도의 예약률은 만원사례를 기록했던 지난해와
비교, 20~25%가량 감소했다.

진부령의 알프스콘드의 경우 예약률이 50%로 지난해의 절반수준에 그치고
있다.

제주신라와 하얏트호텔 등 특급호텔들도 예약률이 65%선에 불과하다.

해외관광업계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

대한항공의 경우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노선을 지난해보다 30%
줄인 49편을 운항할 계획이지만 예약률은 80%에 불과하다.


<>역귀성=호주머니가 썰렁해지면서 고향찾기를 아예 포기하는 직장인들이
늘자 부모들이 자식을 찾는 역귀성이 두드러지고 있다.

역귀성은 그동안 주로 민족대이동에 따른 교통대란을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돼왔다.

그러나 올들어서는 일자리를 잃고 봉급이 줄어든 자식들의 살림살이를
파악하기 위한 "위로방문"으로 성격이 변한 것.

실직한 이후 고향찾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자식을 대신해 부모가 올라오는
것이 한바탕 귀성전쟁을 치르지 않아도 되고 여러모로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대전에 사는 정모씨(62)는 "자식이 다니는 회사가 부도가 났다는데 걱정이
돼서 못견디겠다"며 "추석에는 자식들을 둘러 보고 어떻게 사는지 직접
확인해야겠다"고 말했다.

임업협동조합등에서 위탁받아 관리해주는 묘지숫자도 지난해 2천5백35기에서
1천5백50기로 1천기나 줄어들었다.

< 유재혁 기자 yoojh@ 이심기 기자 sg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3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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