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4시 현대정공 창원공장.

이제 막 조립을 마친 한국형 TGV고속열차 1호선이 날렵한 몸매를 뽐내며
시험선로에 정차돼있었다.

공기저항을 줄이고 고속 이미지를 풍기도록 디자인된 차체와 옅은 하늘색과
파란색으로 칠해진 외관에서 산뜻함이 느껴졌다.

설레는 마음으로 차체에 올라서자 넓고 안락한 실내가 눈에 들어왔다.

전체적으로 파스텔톤의 색깔들이 세련미를 풍기고 있었다.

통로에는 한국전통색상인 비색(고려청자색)의 카페트가 깔려있었다.

연한 노란색의 거텐과 어울려 편안함을 주고 있었다.

한국인의 체형에 맞게 고안된 좌석은 넓은 공간이 주는 넉넉함만큼이나
편안했다.

좌석사이의 공간은 발을 뻗고 누울 수 있을 만큼 충분했다.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5채널의 이어폰과 TV모니터 4대가 구비돼
있었다.

또 객실마다 전화기 6대와 팩시밀리 1대 등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시속 3백km로 달리는 열차에서 업무를 처리하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장애인을 위해 2호차에 휠체어 보관대와 장애인용화장실도 완비돼 있었다.

고속열차는 창 밖의 풍경이 움직이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서서히 미끄러지듯
출발했다.

소음과 진동은 거의 느낄 수 없었다.

객실마다 설치된 기밀장치가 공기의 흐름을 차단시키고 2중 소음장치는
옆사람이 나누는 대화소리도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자동센서가 실내 온도에 따라 냉난방장치를 가동시켜 시험운행동안 객실은
쾌적한 상태를 유지했다.

곡선구간을 지날 때도 차체의 쏠림을 감지할 수 없었다.

2km의 원형 시험구간에서 최고 시속 60km까지 달린 열차는 3분여만에 다시
출발지에 도착했다.

이 열차는 이 곳에서 4만km의 시험운행을 마치고 23.7km의 1단계 시험선이
준공되는 내년말 본격 시운전에 들어가게 된다.

기존 프랑스 TGV보다 1.5배 강력한 1만8천마력의 추진시스템과 12대의
견인모터를 장착한 이 열차는 2003년부터는 서울~대전구간을 47분만에
주파할 예정이다.

함께 탑승한 현대정공 구진우 과장은 "영하 25C에서도 정상운행이 가능하고
터널이 많은 한국적 지형특성을 감안해 터널을 들고날 때 발생하는 외부압력
파의 객실유입을 차단하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 창원=이심기기자 sg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