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사회 전분야에 걸쳐 사정에 들어간지 벌써 6개월째다.

경제에 충격을 주는 수사를 최대한 자제하겠다며 경제검찰로의 탈바꿈을
선언했던 검찰.

그 검찰이 최근 사정의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정치인 기업인 공무원 등 사정대상이 2백~4백여명에 달한다며 리스트까지
흘리고 있다.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검찰상이다.

검찰이 비리척결을 위해 사정의 칼날을 세우는 것은 검찰본연의 임무다.

하지만 철새 정치인들이 당을 바꾸고 있는 시기에 사정을 확대하는 검찰을
보는 국민들의 시각이 곱지만은 않은 것 같다.

뭔가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한 냄새가 짙다는 얘기다.

"언론이 사정에 힘을 실어달라"는 검찰고위관계자의 주문에서도 이를 느낄수
있다.

사정의 부작용은 사방에서 나타나고 있다.

검찰의 이런저런 수사에 기업인들이 주눅이 들었다.

투자에 불안감을 느끼는 외국인은 투자계약을 파기하고 있다.

여야의 강경대치로 각종 경제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낮잠자고 있다.

기업의 구조조정은 그만큼 늦어질수 밖에 없다.

사정한파 속에서 경제는 점점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실업자와 노숙자 행렬은 나날이 늘어만 간다.

무역흑자도 목표달성이 어려운 형국이다.

이런 상태로 가면 제2의 외환 대란이 닥칠지 모른다는 경고마저 나오고
있다.

최근 개혁 개혁하다 경제를 망친 YS정부를 떠올리는 계층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흘려넘길 일이 아니다.

사정 사정하다가 세월을 보내기에는 우리의 경제현상이 너무나 어렵다.

김문권 < 사회1부 기자 m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