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보증자들이 두 번 울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체제이후 채무자들이 빚을 갚지 못하는 사태가 잇따르면서
연대보증자들이 월급을 압류당하고 회사에서도 쫓겨나는 설움을 당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월급압류 통지서가 회사로 날아들면 당사자는 해사행위자로
낙인찍혀 구조조정 1순위자에 오르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쫓겨난 보증자들은 유일한 목돈인 퇴직금으로 남의 빚을
갚아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처하고 있다.

사람을 믿고 보증을 서준 대가로 재산잃고 실직당하는 이중의 고통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H생명에 근무했던 김모(39)씨는 지난해 4월 직장동료에게 1천5백만원짜리
마이너스통장개설 보증을 섰다.

김씨는 1년후인 지난 4월 농협으로부터 아무런 통보를 못받고 연대보증이
자동연장됐다.

이를 모르고 있었던 김씨는 그로부터 3개월후인 지난 7월 월급압류통보를
받았다는 사실을 회사인사과를 통해 알게 됐다.

김씨의 직장동료가 1천5백만원을 갚지 않고 잠적, 농협이 연대보증자인
김씨의 월급을 압류한 것.

김씨는 이후 회사구조조정 과정에서 월급을 압류당한 사람이 정리해고대상에
먼저 올라간다는 내부방침에 따라 사표를 내야 했다.

뚜렷한 해고기준이 없던 때에 월급압류가 큰 흠이 된 것같다고 김씨는
말했다.

김씨는 해고대상자중 보증잘못으로 월급을 압류당한 사람이 상당수
포함됐다고 전했다.

"죄가 있다면 사람을 믿은 죄밖에 없는데 현실은 너무 가혹하다"고 김씨는
말했다.

경기도 평택에 있는 한성실업에 근무했던 이상규(43)씨는 지난 95년 7월
무역업을 하던 친구의 요청에 따라 국민은행의 2천만원 대출보증을 서줬다.

이씨는 IMF이전까지도 별문제없이 연대보증을 해줬으나 지난 5월 친구회사의
부도로 꼼짝없이 보증책임을 지게 됐다.

이씨는 보증책임을 져야한다는 생각에 고민이 많았지만 더 큰 불행은
국민은행의 월급압류통지이후 회사로부터 날아온 해고통지서였다.

채무에 쫓기는 직원들이 어떤 짓을 할 지 모른다고 생각한 경영진측이
월급압류자 등 흠이 있는 직원들을 1차 구조조정대상에 포함시켰다고 이씨는
말했다.

이씨는 회사에 다닐 수 있도록 해달라고 애원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이씨는 그나마 퇴직금으로 남의 빚을 갚아야 했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대신증권에 다니는 박모(38)과장도 같은 케이스다.

박과장은 동료 이모과장의 부탁에 따라 지난 96년 10월 1년만기 평화은행
1천5백만원 대출보증을 섰다.

박과장은 97년 1차례 보증연장을 해줬으나 지난 3월 이과장이 증권투자
등으로 진 2억원의 빚을 갚지 않고 잠적, 압류통보를 받았다.

박과장은 회사로부터 압류문제를 신속히 해결하지 않으면 사표쓰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금융기관에 종사하는 직원들이 과다한 채무에 쫓길 경우 자칫
금융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때문에 조속한 해결을 종용하고 있다.

박과장은 "사람을 믿고,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연대보증란에
도장을 찍어줬는데 결과는 참으로 비참하다"며 울먹였다.

< 고기완 기자 dada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7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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