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전산망 장애로 주문이 체결되지 않아 고객이 손해를 봤더라도
투기적 성격이 강한 거래라면 증권사에는 배상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합의 15부(재판장 장용국 부장판사)는 13일 주가지수옵션
매수주문을 냈으나 전산망 고장으로 이를 처리하지 못해 투자손실을 입었다며
김모씨가 H증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주가지수 선물거래 자체가 투기성과 위험성이 필연적
으로 수반되는 거래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졌다고 해서
반드시 원고가 주장한 이익이 발생했을 것으로 인정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이익과 손해를 예측하기 어려운 투기적 거래에 대해서 증권사
측이 고의로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한 증권사의 배상책임을 면제하는 것이어서
앞으로 유사거래의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옵션시장이 불확실성에 대한 투자이기는 하지만 여러
정보를 통해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을 때만 투자하는 것인
만큼 법원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다.

김씨는 지난해 10월23일 위탁계약을 체결한 H증권에 5천4백90만원 상당의 풋
옵션(특정 주가지수옵션 종목을 정해진 가격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종목을
사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김씨의 잔고(미결제약정)가 바닥상태였기 때문에 주문은 불발로
끝났다.

김씨는 풋옵션을 주문하기 20분전 콜옵션(특정 주가지수옵션 종목을 정해진
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권리)종목을 전부 매각, 7천만원이 계좌로 입금될
예정이었으나 전산고장으로 입금이 늦어져 주문이 체결되지 않았다.

김씨는 당시 풋옵션 57.5종목을 0.90포인트로 3백50계약(0.90x350x10만원)
과 60.0종목을 1.30포인트로 1백80계약(1.30x180x10만원)을 매수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입금액(증거금)부족으로 체결되지 않았다.

김씨는 이 두 종목이 10월31일 9.50포인트와 11.50포인트로 각각 올라
계산상 총 4억8천2백여만원의 손실을 보자 소송을 제기했다.

< 손성태 기자 mrhan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