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와 노사정위원회로 구성된 현대자동차 사태 합동중재단의 중재
노력은 노사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커 19일에도 무위로 끝났다.

이들은 이날 정리해고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제시하며 밤샘
중재에 나섰으나 노사양측의 견해차를 좁히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들은 20일 아침 노사 양측에 막바지 타협안을 제시, 중재노력을
계속하기로 했다.

이날밤 합동중재단의 조성준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문제해결의 핵심은
노조의 정리해고 수용과 회사측의 철회여부에 있다"며 "아직 노사가 서로의
주장을 양보하지 않고 있지만 막후교섭을 통해 노사협상을 주선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중재에 실패할 경우 조만간 공권력투입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여 이번 중재가 평화적 해결을 위한 마지막 카드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따라 현대자동차사태는 20일이 최대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중재단은 이날 오전 노사대표를 차례로 만나 중재를 실시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이뤄내지 못했다.

노무현 부총재일행은 정리해고 규모를 당초 6백15명중 외주로 고용이 보장될
수 있는 식당종업원 1백67명으로 한정하는 대신 무급휴가기간을 3년으로
확대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는 단한명의 정리해고도 할 수없고 9백23명의 무급휴가자까지
모두 6개월 유급순환휴가로 대체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회사측도 중재안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어 타협안이 도출되지못하고 있다.

특히 노조집행부의 대부분은 정리해고가 철회되지 않는한 어떤 중재안도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협상타결 가능성을 어둡게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이날오후 공권력투입에 대비, 병력과 진압장비 장애물 철거용
중장비, 고가사다리와 구급차 등 소방구급장비를 인근 학교에 비상대기시켜
두고 비상대기상태에 들어갔다.

또 오후부턴 헬기를 띄워 사내지형 숙지와 노조원의 동태파악에 나섰으며
특히 경찰은 여경으로 구성된 1개 기동중대를 전진배치, 공권력 진입시
노조가족과 어린이들을 노조원들과 격리시킬 준비를 마쳤다.

노조도 긴장을 늦추지 않은채 경찰의 정문봉쇄에 맞서 이미 설치한 그랜저와
포터 등 신차 40여에다 추가로 철구조물을 설치, 주요출입구의 바리케이드를
강화하면서 공권력 투입에 대비하고 있다.

노조는 바리케이드로 사용한 포터 적재함에 시너탱크와 산소통가지 설치,
공권력이 투입되면 폭파하겠다고 경고하고 있어 자칫 대형 인명피해까지
우려되고 있다.

회사측도 상황이 악화되자 이날 새벽 본관에 남아있던 상황실을
문화회관으로 옮기고 회사관리에 필요한 최소인원도 모두 철수시켰다.

회사는 19일부터 20일까지 회사외부에서 사업부별로 전직원 결속다지기
모임을 갖고 노조원들이 농성에 동참하지 못하도록 분리작업을 펴고 있다.

< 울산=김태현 기자 hyun11@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