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경주 용강공단.

집중호우가 지나가고 날씨가 갰으나 이곳은 절간처럼 조용하기만 하다.

30여개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한달이상 개점휴업상태에 있다.

현대자동차의 조업중단으로 납품길이 막혀서다.

현대에 생산품의 90%이상을 공급하고 있는만큼 별다른 도리가 없다.

이제 공단을 오가던 운반차량의 모습도 뜸하다.

점심시간이면 줄을 서서 구내식당으로 향하던 발길도 끊어진지 오래다.

시트생산업체인 세화는 끝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부도를 냈다.

승용차용 멥버를 생산하는 명신산업은 전직원이 합심, 위기 극복에 나섰지만
지난달 4일부터 공식 휴업에 들어갔다.

자금 전산 등 필수 관리직원 몇명만이 공장을 지키고 있다.

범퍼제조업체인 아폴로산업도 지난달 20일부터 휴무에 들어간 이후 조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IMF에 따른 물량감소로 지난 4월부터 주야 2교대 작업에서 주간근무만
하도록 바꿨다가 이제는 완전히 일손을 놓았다.

이회사는 이미 월급 10%와 보너스 전액을 삭감했다.

가동이 중단된 공장을 지키고 있던 한 직원은 "요즘은 회식은 커녕 인근
공원에서 막걸리에 김치를 먹는 것도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M사의 김모부장은 "자금난으로 숨이 넘어가는데 정책자금은 고사하고
고용보험을 신청해도 법적인 절차를 들어 한달이 넘게 답변도 오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대구의 성서공단과 이현공단에 흩어져 있는 부품업체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중견업체인 K사의 경우 지난해 월 평균 40억원 수준이던 매출이 IMF이후
절반수준으로 떨어졌고 지난달에는 9억원까지 급락했다.

이달들어서는 매출실적이 거의 없어 급여마저 줄 수 없는 지경이다.

월말을 앞두고 70여개의 2차 협력업체에 발행한 어음을 결재할 수 있을 지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비교적 상황이 좋다는 평화산업도 이미 연월차수당 가족수당을 삭감한데이어
직원의 25%를 고용유지훈련에 투입했다.

정부의 보조금으로 간신히 연명하는 셈이다.

2차, 3차 협력업체로 이어지는 연쇄도산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직원들은 이제 현대자동차의 조업재개만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삼립산업의 이충곤사장은 "이같은 상태가 계속되면 부품업체들의 도산으로
현대자동차가 조업을 재개해도 차를 만들 수 없게 된다"며 안타까워했다.

동원금속의 이은우사장은 "이달 말까지 현대자동차의 조업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70%이상의 부품업체들이 도산할 수 밖에 없다"며 정부의 조속한
대응책 마련을 호소했다.

< 대구/경주=신경원 기자 shinki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8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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