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특별사면을 누구보다 기뻐한 세 여인이 있다.

사노맹사건으로 수감된 백태웅씨의 약혼녀 전경희씨, 박노해씨의 부인
김진주씨, 그리고 장영자씨다.

전씨와 김씨는 사랑하는 사람을 8년의 이별끝에 집에서 맞게 됐고 장씨는
4년만에 다시 자유의 몸이 된다.

사면이 발표된 14일 전씨와 김씨는 집에서, 장씨는 감옥에서 "자유의
소리"를 들었다.

석방소식을 전해들은 전씨(36)는 "태웅씨가 자유의 몸이 돼 기뻐요.

아직 실감할 수는 없지만..."라고 말했다.

때로는 동지로 때로는 연인으로 백씨와 애끓는 사랑을 나눴던 전씨는 애써
담담하려 했지만 기쁨에 떨리는 표정은 감추지 못했다.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으로 도피중이던 지난 89년 백씨와 약혼한 뒤 자신도
수감과 출소과정을 거쳤기에 백씨의 석방은 뒤늦은 약혼선물이었다.

전씨는 지난 95년 출소한 뒤 92년 15년형을 선고받은 백씨의 옥바라지를
하며 외로운 세월을 보냈다.

"태웅씨가 구속된 이후 보내온 편지가 5백여통 정도 돼요.

감옥에서의 일상과 소회, 책을 읽고 느낀 감동 등의 내용이 주로 적혀있죠"

전씨는 앞으로의 생활계획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결혼은
해야되겠죠"라며 수줍어 했다.

박씨의 부인 김씨는 "이제야 비로소 어깨에 짊어졌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느낌"이라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얼굴없는 노동자 시인"의 부인의 얼굴에 오랜만에 웃음이 깃들었다.

김씨는 "지난 8년동안 옥바라지를 하면서 한 순간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던
힘겨운 나날들이었다"면서 "평소에 무뚝뚝한 편인 남편도 최근 면회에서
"고생시켜 미안하다"라는 말을 털어놓더라"고 전했다.

남편을 "박시인"으로 부른다는 김씨는 "이제 박시인이 나오니 편안히
인권운동을 계속해 나갈 수 있을 것같다"고 말을 맺었다.

전씨와 김씨와 달리 자신이 어음사기로 수차례나 수감됐던 장씨는 옥중에서
기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씨는 지병으로 이번에 형집행정지돼 남편 이철희씨와 상봉하게 됐다.

지난 83년 "이.장"사건으로 15년형을 받은 후 10년후인 93년 풀려났다가
지난 94년 어음사기로 다시 구속돼 4년을 감옥에서 보내왔다.

이젠 75살이 된 남편 이씨와 재회의 기쁨을 나누게 됐다.

< 고기완 기자 dadad@ / 이심기 기자 sg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5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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