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여기의 분묘가 유실된 경기도 파주시 용미리 서울시립묘지는 유족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일요일인 9일 분묘유실 소식을 듣고 이곳을 찾아온 수많은 피해자들은
행방없이 사라진 시립묘지앞에서 목놓아 울었다.

일부 유족들은 추가붕괴의 우려로 진입이 막히자 멀리 조상과 부모 남편
자식의 분묘가 있던 곳을 바라보며 넋을 잃었다.

집중호우의 와중에서 온전한 채 남아있는 조상의 분묘를 확인한 사람들도
남의 일같지 않은 듯 안타까워 했다.

2년전 지병으로 사망한 남편을 묻었다는 이모씨(53)는 "이럴 수가 없다"며
자녀와 함께 울부짖었다.

이씨의 장남 김모씨(20)는 "매년 아버지를 찾아 성묘했다"며 "어디가서
아버지 유골을 찾아야 할 지 모르겠다"며 울먹였다.

이씨의 남편분묘는 이번 폭우로 완전히 유실돼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

지난해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아들(31)을 잃어 분묘했다는 최모(61)씨는
"아들이 그리워 화장치 않고 이곳에 묻었더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최씨 아들의 묘도 이씨와 마찬가지로 자취없이 토사와 함께 흘러갔다.

5년전과 3년전에 사망한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를 함께 모셨다는
김모(46)씨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관리사무소측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위치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붕괴된 묘터를 손으로 가르킨 김씨는 "부모
유골 한조작이라도 찾을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며 눈가에 고인 눈물을
훔쳤다.

< 고기완 기자 dada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