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IMF터널로 들어선 이후 결혼을 취소하거나 무기한 연기하는
예비부부들이 늘고 있다.

실직, 사업실패 등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결혼자금을 감당키
어려워진 때문.

IMF고통이 "허니문의 단꿈"까지 빼앗아가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서 개인휴대폰(PCS)대리점을 운영하는 김철모(34)씨.

오는 10월의 "D데이"를 앞두고 꿈에 부풀어 있던 그는 최근 결혼식장 예약을
취소했다.

대리점 경영이 악화되면서 결혼자금을 마련하기는 커녕 은행이자 갚기도
버거울 정도가 됐기 때문이다.

급한 불부터 끄자는 김씨의 설득에 약혼녀가 양해를 해줘 결혼날짜를 무기한
연기했다.

양천구 목동아파트 8단지에 사는 신중돈(29)씨는 더욱 기구한 케이스.

직장과 신부를 한꺼번에 잃었기 때문이다.

신씨는 지난해말 중매로 이모(25)양을 만나 결혼날짜까지 받아놓았으나 최근
직장에서 퇴출당하자 이양측 부모가 결혼연기를 일방적으로 통보해 온 것.

사실상 파혼을 당한 셈.

또 부모가 부도를 내고 "도피행각"를 벌이는 바람에 결혼식을 어쩔 수 없이
연기, 눈물을 흘리는 예비 신랑 신부들도 무수히 많다.

회사원 강해익(30)씨는 장인될 사람이 운영하던 중소기업이 최근 부도를
맞아 어쩔 수 없이 결혼식을 연기했다.

예비장인이 잠적해 버려 도저히 결혼식을 올릴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사정이 나아진뒤 결혼식을 올리기로 하고 식장예약을 취소했다.

이처럼 결혼식 취소와 연기가 잇따르면서 결혼성수기를 앞둔 서울시내
결혼식장마다 예약자대신 해약자들이 몰리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원하는 시간대 조정, 가격할인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해도 예약률은
지난해 절반이하로 뚝 떨어졌다.

결혼식 5~6개월전에 미리 선납금까지 내고 식장을 잡던 지난해와는 딴판이다

롯데백화점 예식사업부 정운영 계장은 "예년 이맘때면 예비신랑신부들로
크게 붐벼 눈코뜰새없이 바빴다"며 "올해는 가격을 인하하고 각종 편의를
제공해도 예약문의는 고사하고 예약취소가 줄을 잇고 있다"고 밝혔다.

성북구 성북웨딩홀의 고명주 전무도 "지난해 경우 9~11월 결혼성수기의
황금시간대 식장예약은 이미 3,4개월이전에 모두 찼다"며 "올 가을철
결혼식장을 예약하는 사람은 한달에 1,2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 김동민 기자 gmkd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