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정리해고 통보에 노조가 반발, 철야농성에 들어가는 등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사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

현대자동차는 이번 정리해고에 대해 "21세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
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는 일"이라며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는 우선 IMF사태 이후 급격한 내수 위축과 이에 따른 가동률 저하를 정
리해고의 주 원인으로 들고 있다.

올 상반기 자동차 업계의 실질 판매대수는 39만2천여대로 예년의 절반 수준
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따라 상반기 가동률도 44.3%로 곤두박질 쳤다.

하루 20시간을 돌리던 공장이 8시간에 밖에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국내 자동차 산업의 향후 전망 또한 잿빛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업계의 장기 수요전망에 따르면 2002년 국내 자동차 시장의 내수규모는 1백
만대로 지난해에 비해 70% 수준에도 못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현재 업계의 생산능력은 4백40만대로 극도의 공급과잉 상태여서 현재
의 인력구조로는 도저히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현대측의 주장이다.

또 올 연말 수입선 다변화제도의 폐지로 일본 승용차가 쏟아져 들어올 경우
경영난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현대는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도요타 자동차에 비해 현대자동차의 생산성은 절반
수준밖에 안된다"며 "21세기 전세계 10개 자동차 회사만 살아남을 것이란 분
석을 감안하면 우리의 생산성을 현재의 두배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는 이와함께 해고 회피 노력을 통해 정리해고 대상인원을 최소화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측이 밝힌 잉여인력은 당초 전체인력 4만5천여명의 40%선인 1만8천여명

현대는 그러나 임금삭감을 통해 이중 6천8백여명의 일자리를 유지시켰으며
5천여명에게는 희망퇴직의 기회를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는 또 지난 6월29일 노동부에 4천8백30명을 해고 예정인원으로 신고했
으나 일부 인력을 희망퇴직과 무급휴직등으로 처리해 최종 정리해고 인원은
2천6백명 수준으로 줄였다고 밝혔다.

현대관계자는 "이번에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과 아픔을 함께 하면서 최대한
해고회피 노력을 했고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
"고 말했다.

그는 또 해고자를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해 창업, 재취업및 자격증
취득을 지원하고 향후 신규 채용시에는 해고자를 우선 재고용하는 "리콜"제
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회사측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전면투쟁을 선언하는등
정리해고를 둘러싼 현대의 노사갈등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 노조는 이날 오후 회사가 정리해고 대상자를 개별통보 하겠다고 밝히
자 곧바로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조업중단에 들어가는등 대대적인 투쟁 움
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현대자동차의 대규모 정리해고 조치에 맞서 대우 기아자동차등 다른 자
동차 업체의 노조들이 동조 파업등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국내 자
동차 업계의 파행 양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윤성민 기자 smyoon@

[ 현대자동차 고용조정 일지 ]

- 97년10월 : 임원 35명 퇴임
- 98년4월18~23일 : 제1차 희망퇴직(1,050명)
- 5월14~20일 : 제2차 희망퇴직(1,423명)
- 6월24~29일 : 제3차 희망퇴직(1,533명)
- 6월29일 : 해고예정인원 4,830명 노동부 신고
- 7월13일이후 : 제4차 희망퇴직 접수
- 7월16일 : 정리해고대상 2,678명 개별통보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