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돈을 들여 조성한 외국인 전용 산업단지가 놀고 있다.

충남 천안과 광주 평동단지 상황이 그렇다.

분양가를 두차례에 걸쳐 깍아줬지만 외국 기업 관심을 끌기엔 역부족이다.

공장짓기에 여건이 마땅찮아서다.

파는 땅을 임대로 돌리는 방안등이 제시되고 있지만 정부는 예산부족을
들어 결정을 미룬다.

이대로 가다간 1천억원이 넘는 산업단지 조성비가 고스란히 국민부담이
될 판이다.

정부가 밝힌 외국인 투자 유치 노력도 차질이 빚어질 터다.

전국의 외국인 전용 산업단지는 33만9천여평.

서울 여의도의 절반 크기다.

이 가운데 팔리거나 임대로 나간 땅은 15만5천여평.

전체의 46%에 불과하다.

특히 평동단지는 임대만 3분의1가량 나가고 팔린 땅은 하나도 없다.

19만여평 땅에 달랑 7개업체만 입주해 황량함마저 감돌 정도다.

천안단지는 임대는 마무리됐지만 파는 땅은 70%가 넘는 4만여평이나 남아
있다.

지금까지 외국인 전용단지 부지매각과 임대보증금으로 들어온 돈은 2백억원
남짓.

조성비중 나머지 1천2백억원은 몇년째 고스란이 묶여있다.

외국인 전용단지가 인기를 끌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입지가 좋지
않아서다.

평동단지의 경우 수도권에서 지나치게 떨어져 있다.

원자재 대량수송이 가능한 항구를 끼고 있는 것도 아니다.

조성하기 전에 입지를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지원시설 부족도 공장지을 의욕을 꺾는다.

평동단지의 경우 주변에 가게 하나 없다.

상담차 들렀던 미국 U사의 한국지사장 정모씨는 "담배 한갑 사러 차로
20분은 가야하는 곳에 어떻게 공장을 짓겠느냐"고 말했다.

임대를 선호하는 외국인들에게 굳이 팔려는 분양방식도 문제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천안지원처 관계자는 "천안단지 입주를 문의를 해오는
외국 업체가 올들어 수십개에 달하지만 거의 다 임대를 찾았다"고 밝혔다.

조성주체인 천안시가 분양용지를 사들여 임대로 전환해 줄 것을 중앙정부에
건의했지만 올해 예산엔 반영되지 않았다.

입주기업에 대한 혜택이 적은 점도 분양부진의 한 이유로 꼽힌다.

법인세를 비롯한 세제혜택이 특히 그렇다.

외국인 투자가 활기를 띠는 대만등과 비교하면 혜택이 절반수준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지금까지 외국인 전용 단지는 2억5천여만달러(3천6백여억원)의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였다.

남아있는 외국인 단지가 다 차면 3~4억달러(4천2백여억원~5천6백여억원)가
추가로 유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서라도 분양을 촉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관련 정부부처 관계자는 "임대 전환은 공감하지만 내년 예산에도
반영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지원시설을 확충해나가고 입주기업에 대한
지원책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김용준 기자 dialec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