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혼은 다 어디로 갔는가"

"실력이 없으면 열심히라도 뛰어야지"

"김포공항에서 보자"

새벽 단잠을 설쳐가면 한국과 네덜란드의 월드컵 본선 2차전을 지켜본
국민들은 허탈감과 분노에 휩싸였다.

우리나라 대표팀이 너무나 무기력하게 0-5로 참패하며 월드컵 1승과 16강
진출에 대한 기대가 물거품이 된 탓만은 아니다.

이날 경기는 태극전사로서의 투지는 물론이고 매너 조차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 정도까지 무기력할 수 있단 말인가"하는 탄식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밤을 새워가며 목이 터져라 응원전을 펼쳤던
4천여명의 축구팬들은 대표팀이 3골을 허용한 후반 25분께부터 허탈감에
젖어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던 1천여명은 "오늘은 한국
축구사상 결코 잊을 수 없는 치욕의 날"이라고 입을 모으면서 침통한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온 가족이 함께 밤을 지샜다는 박철(58)씨는 "이번 경기에서 발빠른 한국
축구의 진수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믿었는 데 답답하고 기가 막히다"고
말했다.

PC통신 게시판에도 대표팀에 대한 실망과 비난의 글들이 쏟아져 나왔다.

나우누리 등록자 이기선씨는 "시간을 끌어서 비기겠다는 것이 무슨 창피고
나라 망신이냐"며 선수단을 호되게 질책했다.

유니텔 등록자 송길준씨는 "전술, 개인기, 체력, 선수기용 모든 면에서
한국이 뒤졌다"며 "2002년 월드컵을 위해 한국축구의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해야"고 역설했다.

< 이심기 기자 sg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2일자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