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호 전 진로그룹 회장이 진로의 회사자금 9백92억원을 편법대여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증권감독원은 10일 진로의 외부감사 보고서를 감리하는 과정에서 장 전
회장이 회사자금 9백92억원을 편법대여받아 계열사 주식취득과 그룹운영비로
유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장 전회장에 대한 편법대여는 지난 88년부터 이뤄졌으며 진로가 협력
업체인 진우기계와 진우통신에 대여해준 것처럼 회계장부를 허위작성해
자금을 인출했다.

증권감독원은 작년 10월 13개 상장회사를 무작위 추출, 공인회계사의
감사보고서가 제대로 작성됐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자금유용
사실을 적발했다.

이에따라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날 진로에대해 6개월간 유가증권 발행제한
및 3년간 감사인을 직권지정하는 제재조치를 취했다.

진로는 장회장에게 편법대여한 9백92억원의 회사돈을 되돌려 받기 어렵게
됐는데도 대손충당금으로 계상하지 않았다.

증감원은 이를 감안할 경우 진로의 작년 9월결산 적자규모는 8백58억원에
달하지만 1백3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것처럼 장부를 조작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진로는 계열사 대여금 1조1천여억원의 회수가 불확실한 사실과
우발채무 등을 주석으로 기재하지 않는 등 재무제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회계정보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았다.

증선위는 진로의 회계감사에서 이런 사실을 밝혀내지 못하고 "적정의견"을
낸 삼덕회계법인에 대해서도 경고조치와 함께 손해배상공동기금에 3천2백만원
을 추가납부토록 했다.

또 담당 회계사인 김용모씨에게 1년, 최무훈씨는 6개월간 직무정지처분을
내렸다.

증선위는 이날 또 기아그룹 계열사인 기산이 단기차입금 규모를 과소계상,
이자비용을 줄이는 수법으로 96년 적자규모를 4백60억원이나 축소한 사실도
밝혀내고 유가증권발행 제한등의 조치를 취했다.

기산의 외부감사를 맡은 안건회계법인은 1년간 감사업무를 제한, 관련
공인회계사 7명은 경고 주의 등의 조치를 받았다.

이밖에 중앙종금과 신세기투신의 외부감사를 맡았던 산동 및 삼일회계
법인의 공인회계사 4명에 대해서도 주의등의 조치를 내렸다.

< 박영태 기자 py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