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란제약에 이어 국내 최대 백신제조사인 녹십자도 수두백신과 한타백신에
대한 임상실험을 보육원생을 대상으로 불법적으로 실시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한나라당 김홍신의원은 22일 녹십자가 세계최초로 개발한 유행성출혈열을
예방하는 한타박스와 수두백신에 대한 임상실험을 한강성심병원 순천향
병원 영동세브란스병원 등에 의뢰, 실시하면서 불법을 자행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두백신에 대한 임상실험은 지난94년 4월부터 8월까지 서울지역 17개
보육원에서 1백77명을 상대로 실시됐으며 한타박스는 95년9월부터 13세이하를
대상으로 서울 경기 강원지역 6개보육원에서 실험이 진행중이다.

김의원은 특히 임상실험에 동의했던 서울 용산구 후암동 영락보린원을 방문,
조사한 결과 임상실험 대상자 24명중 10명은 친권자가 있고 나머지 고아
12명에 대해서도 원장이 후견인으로 지정되지 않아 사실상 불법적으로
실험이 자행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의원은 임상실험을 시행한 의료기관과 녹십자가 자행한 불법적인 임상실험
사례로 <>아예 보육원장의 동의서가 없거나 <>동의서에 시험대상 아이들의
이름과 숫자가 기재되지 않은채 원장의 날인만 있는 백지 동의 <>보육원
총무의 대리서명 <>실험담당의사의 성명과 날인이 없는 경우 등을 꼽았다.

김의원은 특히 영동세브란스병원의 경우 보호자의 동의서도 없이 11명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수두백신 임상실험을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 87년에 만들어진 ''의약품임상실험관리기준''이 95년 10월이
되어서야 시행된 것은 시행이전까지 무법천지로 임상이 진행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녹십자측은 이에 대해 "한타박스는 이미 지난 90년에 3상 임상실험을 마친
안전한 제품"이라며 "13세의 아이에게도 효과가 있는지, 접종자와 비접종자와
유행성출혈열에 대한 방어력의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 임상실험을 한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영락보린원측은 "병원과 녹십자측이 이미 임상이 끝난 고가의 약품을
무료로 예방접종해주는 것으로 알았다"고 밝혔다.

주무관청인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는 "보육원장이 임상에 동의를 하면
원칙적으로는 친권행사와 다름이 없다"며 "이번 임상실험에선 부모가 살아
있는 영유아의 친권행사가 모호해 문제가 생겼다"고 밝혔다.

한편 영동세브란스병원은 "임상에 필요한 동의서는 복지부의 실사결과 아무
하자가 없었다"며 "한타박스는 유효성에 문제가 있어 관련학회에 이의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백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업체는 가난한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중
예방접종이 필요한 10여개국을 선정해 임상실험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국에서 뽑아야 하는 필수적인 임상인원은 국내와 마찬가지로 집단수용된
고아들로 충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정종호 기자rumb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