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주부 김모씨(32)는 이달초 딸을 낳았다.

친정어머니가 부산에 살아 어쩔 수 없이 산모구완인을 찾았다.

이사실이 주위에 알려지자 이곳저곳에서 후보자가 몰려 가장 나은
할머니를 택했다.

고용조건은 2개월 침식에 월 80만원.

지난해만해도 월 1백10만원이상을 줘도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다.

출산 수개월전 예약이 예사였다.

서울 강동구 Y간병인사무소는 지난달부터 신규 회원 접수를 아예 중단했다.

대한적십자사에서 교육을 마치고 3만원의 회비를 낸뒤 간병인 생활을
하겠다는 전화가 쇄도하지만 기존 회원에게도 일감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해만해도 하루에 3~4명씩, 때론 10명 가까이 간병인 파견요청이
들어왔지만 이달들어 공치는 날이 늘었다.

간병인비를 종전 4만5천원(12시간)에서 3만원으로 낮췄지만 실업자가 된
자녀가 부모간병인으로 나서는 통에 소개실적은 여전히 부진하다.

과천 평촌 산본지역을 대상으로 파출부를 소개해주는 과천 M용역상사는
지난 6개월간 품값을 두차례 내렸다.

국제통화기금 한파가 불기직전인 지난해 11월의 경우 반나절(오전)품값은
2만원이었다.

연초 1만5천원으로 내린뒤 최근 1만2천원으로 거듭 인하했다.

서울 강서구 모취업정보센터의 반나절 파출부 임금은 2만5천원.

이는 공식가격일뿐이다.

새벽부터 사무소로 출근, 대기중인 파출부들은 1만5천원의 품값에도 선뜻
나서고 있다.

서울 강남지역의 일당도 과거 4만5천원에서 3만원~3만5천원으로 떨어졌다.

이같은 부녀노동자의 인건비 폭락은 실직및 부도여파로 남편이 집에서 놀게
되자 주부들이 대거 돈벌이에 나선 반면 중산층이상 가정마다 소득이 최소한
30%이상 줄어들면서 "지출최소화" 작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외식을 자제하고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직장인이 늘어나면서
식당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인건비도 폭락했다.

취업알선및 직업소개기관을 자율규제하는 한국고용서비스협회(회장
김태선)에 따르면 실내면적 30평이상의 식당에서 월급 1백30만원만 주면
주방장(남자)을 구할수 있다.

IMF사태이전(2백만~2백50만원)의 절반가격에 고용하는 셈이다.

주방장을 돕는 찬모와 음식을 나르는 여자종업원의 월급도 70만~8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20%이상 떨어졌다.

24시간 격일제로 근무하는 건물관리인도 지난해에는 사람을 구하지못해
난리였다.

55세이상의 고령자도 취직이 잘됐다.

올들어서는 건물공실률이 높아지고 희망자도 늘면서 신규 취업이 거의 끊긴
상태.

그나마 구인자의 요구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만큼 종전 월급(55만~
75만원)은 옛날 이야기가 된지 오래다.

고용서비스협회관계자는 "경기침체로 건설인력의 임금도 종전보다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며 "종전에는 구직자가 큰 소리를 쳤지만 지금은 구인자의
목에 힘이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 최승욱 기자 swcho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