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으로 주식에 투자한 실직자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지난 2~3월 퇴직한 이들 실직투자자들은 당시 주가상승전환에 자극받아
퇴직금으로 주식을 샀다가 최근 주가폭락사태로 퇴직금마저 몽땅 날리게
됐다.

특히 지난 10일 김대중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살릴 기업과 죽일
기업을 선정하겠다고 밝힌 이후 주가폭락세는 더욱 가속화돼 이들
투자자들은 절망감에 휩싸여있다.

이들은 주식투자에 대해 뒤늦게 후회하고 있지만 흔적없이 날아가버린
퇴직금을 되돌려 받을 수 없는 안타까운 처지가 되고 말았다.

IMF라는 극히 불투명한 장세속에 이들이 주식시장에 들어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중순께였다.

당시 주가는 작년연말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나 2월11일까지 520선까지
오르다 빠지기 시작, 2월18일 400선으로 떨어져 있었다.

이때부터 퇴직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해 3월초까지 러시를 이뤘다.

당시 시중금리가 높아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단기차익을
남기려는 퇴직자들은 주식시장진입을 서슴지 않았다.

D그룹 계열사에 다니다 명예퇴직한 이모씨(54)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씨는 퇴직금 1억1천만원중 절반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지금은 휴지조각이
되다시피한 주식을 팔지도 못하고 한숨만 짓고 있다.

이씨가 주식시장에 뛰어든 것은 지난 2월10일.

이씨는 당시 1주당 1만5천3백원하던 종이제지업종인 피앤텍주식 3천3백주를
샀다.

이 주식은 지난 연말 1만1천원대에서 횡보하다 기세좋게 오르던 종목이었다.

당시 종합주가지수도 520대까지 올라있던 때였다.

그러나 이씨의 매수시점은 말그대로 "상투"였다.

주가는 그 이후 곤두박질치기 시작해 13일 현재 2천6백원대로 폭락했다.

이씨는 뒤늦은 주식투자로 알토란같은 돈 4천2백만원가량을 허공에
날려버렸다.

H그룹에서 퇴직한 김모씨(53)도 이씨와 같은 케이스다.

지난 1월초 실직한 김씨는 한달 집에서 쉬다가 2월말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김씨의 매입시점은 종합지수가 2월중순의 500대에서 400대로 하락한 뒤
다시 500대로 솟아오르기 시작한 때였다.

김씨는 조명기기업종인 신광산업주식 5천만원어치를 매입했다.

주당가격은 1만6백원이었다.

김씨가 산 주식은 1만1천4백원까지 올랐으나 3월14일이후부터 추락을 시작,
현재는 4천2백원대로 폭락해있다.

김씨는 3천여만원을 손해보고 지난 6일 팔려고 생각도 했으나 시장이
바닥에 근접했다는 생각에 던지지 못했다.

그러나 10일 김대통령의 이른바 "기업 살생부론"이 퍼지면서 주가가 더욱
떨어지자 두손을 들고 말았다.

지난 2월13일 주당 2만원짜리 성창기업주식에 3천만원을 투자했다가
1천6백여만원을 손해본 모자동차회사 중견간부출신 최모씨는 "잇따른
검찰수사에다 대통령의 섬뜩한 구조조정발언이 겹쳐 주식시장의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며 연신 담배를 피워물었다.

주식시장에 퇴직자들의 원한만 쌓여가고 있다.

< 고기완 기자 dada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