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이 1년여의 법정싸움끝에 잘못된 도로표지판을 개선시키고
구청으로부터 위자료를 받아내 화제가 되고 있다.

창원시 대방동에 사는 최현영(회사원.38세)씨가 그주인공.

최씨는 지난해 1월 지체장애자인 아내의 의족을 맞추기 위해 차를 몰고
서울 종로구 안국동으로 가던중 곤혹을 치뤘다.

안국동 로타리에 접근한 최씨는 직진 표지판을 보고 진입했다가 직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급히 차선을 변경, 안전지대에 차를
정차했다.

최씨는 이곳에서 교통정리를 하던 교통경찰관에게 적발돼 3만원의 범칙금을
물게 됐다.

서울 길눈이 어두웠던 최씨는 도로표지판에 따라 운전하다 딱지를 떼이게
된 것.

당시 최씨는 교통경찰에게 위반경위 등을 설명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최씨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많을 것이란 생각에 이의를 제기했다.

관할 종로구청은 최씨의 잇따른 진정으로 표지판을 고쳤지만 교통법규위반은
운전자 부주의 탓으로 돌렸다.

이에 최씨는 서울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 잘잘못을 따져보기로
했다.

1년여를 끈 법정싸움은 마침내 최씨의 승리로 끝났다.

서울지법 민사항소5부(재판장 신영철 부장판사)는 24일 "종로구청은
원고에게 위자료 30만원을 지급하라"며 최씨 패소판결을 내린 1심판결을
깨고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수차례 상경해 항의와 진정을 통해 결국
표지판을 바로 잡는 성과를 거뒀고 그 과정에서 적잖은 시간과 비용을 들인
만큼 구청은 위자료 3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씨는 "범칙금 몇만원이 아까워 소송을 낸 게 아닙니다.

잘못된 표지판이 차를 몰고 가는 사람을 죽음으로 몰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서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안국동 사거리는 최씨의 작지만 뜻있는 승리로 인해 더이상의 피해자가
없게 됐다.

< 손성태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