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학원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종로 대성 정일학원 등 과거 입시학원의 "대명사"들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반면 대학 대일 청솔 한샘학원 등은 공세적으로 나오고 있다.

학원계의 지각변동이 시작된 셈이다.

"지는 해"는 모두 종합반위주라는 공통점이 있다.

"떠오르는 해"는 단과반 중심이거나 종합.단과반 병행학원들이다.

최근 수년간 재수생이 줄어든 것이 이같은 현상을 불러왔다.

종합반학원은 재수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대입제도가 바뀌면서 본고사가 사라진 것도 지는 해의 퇴조를
부추키고 있다.

종로학원 등은 본고사에 강한 것으로 정평나 있었기 때문이다.

대입재수생은 최근 수년간 복수지원제시행 편입학기회증대 등 교육정책의
변화로 크게 줄었다.

올해는 IMF한파까지 겹쳐 더욱 큰 폭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재수생 수는 28만명 정도.

입시전문가들은 올해는 이 숫자가 20만명 수준까지 급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경기불황의 여파로 재학생 학원수강생도 크게 줄고 있다.

재수생감소 등 수강생 급감은 학원계의 지각변동을 자극하고 있다.

한정된 학생수를 놓고 학원들이 생존을 위한 "제로섬 게임"을 벌여야하기
때문이다.

학원총연합회 김용태 사무국장은 "서울지역 1백50개회원학원 가운데 3분의
2정도는 파산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한다.

수강생급감으로 종로 대성학원 등이 일류의식을 더이상 고집하기 어렵게
됐다.

학원운영조차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종로학원은 지난해 재수생을 2천2백명 모집했다.

올해는 4천명으로 두배 가까이 늘렸다.

"종로학원은 더이상 일류학생들의 집합처가 아니다"라는 말도 나온다.

서울에 모두 7개의 분원이 있는 이 학원은 일부 분원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3천5백명가량을 모집한 대성학원 역시 사정은 비슷한 것으로 학원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종합반을 더이상 선호하지않는 학부모와 학생의 의식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들 학원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최근 서울의 D학원이 학부모 8백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
종합반과 단과반을 동시에 수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응답이 74.7%로
나타났다.

종합반만을 선호하는 학부모는 0.89%에 불과했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입시학원들은 이제 재학생 유치를 통해 활로를 찾을
수 밖에 없다"면서 "재수생을 대상으로 한 종합반 위주의 대형학원들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