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3일 서울 마포구 대흥동에 위치한 경총 고급인력정보센터 전대길
소장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고대교수를 지낸 노동경제학계의 거물 김윤환 경제정의실천연합 공동대표
였다.

"요즘 상장회사들이 사외이사 감사를 많이 선임한다는데 어려운 기업이
있으면 도와주고 싶다"는 전화였다.

평소 김교수를 스승으로 모셔왔던 전소장으로서는 뜻밖이었다.

경총 고급인력정보센터에는 요즘 김교수처럼 사외이사 사외감사를 원하는
저명인사들이 몰리고 있다.

사외이사 감사는 기업경영을 투명하게 한다는 취지에서 올해초 도입됐다.

모든 상장사들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1명이상, 내년 주총에서 총등기이사의
25%를 선임해야 한다.

대주주의 경영독주를 막기위한 것이다.

따라서 사외이사 감사는 해당 업무뿐 아니라 경제전반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갖추고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인품을 갖춰야 한다.

인력정보센터에 들어오는 인사들은 대부분 이러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

이름만 대도 알 수 있는 저명인사들이 많다.

쌍용양회사장 쌍용그룹부회장을 지냈던 우덕창 쌍용그룹고문, 도재영
전기아그룹부회장, 김동선 전동부화학사장, 최종인 전두산상사사장, 심재영
전롯데기공사장, 신훈철 전삼성항공사장, 장지춘 주원농산사장 등이
새출발의 뜻을 밝히고 있다.

금융기관에서 활약하던 인사들도 많다.

김문범 전기업은행부행장보, 오경희 전금융결제원전무, 박주은 전한화종금
사장 등은 금융기관 사외이사로 안성맞춤이라고 한다.

정부나 정부투자기관 출신들로서는 지난 60년대부터 30여년동안 한국
외교분야에서 일해온 오재희 전일본대사, 한국능률협회 김정렬 부회장 등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오전대사는 오경희 금융결제원전무의 형으로 형제가 나란히 사외이사
를 원해 주목을 끌었다.

경총은 지난달말 이들을 상장사들에 추천했다.

사외이사 감사요건을 갖췄으니 선임해달라고 전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렇다할 답변이 없다.

H그룹 한곳만 20여명의 명단을 받아갔을뿐 감감무소식이다.

회사내에서 사외이사 감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주주나 임원의 친인척 또는 가까운 사람들이 사외이사 감사자리를
차지하려고 로비를 한다는 것이다.

거기에다 국회 정치권에서 청탁도 들어오고 있어 외부의 추천을 받을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증권거래소가 지난 11일 사외이사 감사의 적격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상장사들은 사외이사 감사에 상당한 보수를 지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매월 2백만원내외를 지급할 예정인 회사도 있고 거마비형식으로 50만원에서
1백만원을 지급할 예정인 회사도 있다.

지난 96년부터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있는 현대그룹은 월 2백만원의 보수를
지급하고 있다.

LG 대우 쌍용그룹도 정기적으로 월급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그런가하면 포철은 거마비조로 50만원정도의 활동비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회사경영의 감시자라는 점을 들어 적절한 활동비를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중이다.

모처럼 마련된 사외이사 감사가 대주주의 친인척 등 부적격자의 진출로
취지가 퇴색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사외이사 자격요건 = 사외이사는 업무에 종사하지 않으면서 이사회에
참석하는 이사를 말한다.

사외이사는 특별한 요건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다만 다음과 같은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 <>사내이사의 배우자 직계존비속 <>해당회사에
상근하는 임직원(최근 2년이내에 임직원이었던자 포함) <>계열회사의
임직원 <>주요거래처의 임직원 <>경쟁 또는 협력회사의 임직원 <>임직원이
사외이사로 활동중인 회사의 임직원 <>3개이상의 회사에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자등이다.

쉽게 말해 회사와의 관계가 별로 없으면 최대 3개사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할수 있다.

< 박주병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