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독한 인간관계 형성이라는 미명아래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술마시기를 강요해온 음주문화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대전지법 형사합의부(재판장 김용직 부장판사)는 25일 대학 신입생
환영회에서 한꺼번에 많은 술을 마시게 해 후배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강희성(25.당시 충남대 토목공학과 3년) 피고인에 대해
과실치사죄를 적용, 금고 8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일방적으로 술을 강요해 상대방을 숨지게 한데 대해 과실치사죄를 적용,
유죄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피고인 등은 지난 96년 3월8일 학교 인근 식당에서 이른바 "대면식"을
갖는다며 후배들에게 냉면 대접에 소주 반그릇(약 3홉)씩을 두차례
돌아가며 단숨에 마시게 해 이중 장모(당시 20세)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장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0.54%로 치사량(0.45%)를 훨씬 넘었으며
장씨는 급성알코올중독으로 인한 구토와 의식상실, 기도폐쇄에 따른
질식으로 숨졌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이 선.후배간의 관계를 돈독히 한다며
후배 신입생들에게 치사량이 넘는 많은 술을 줘 목숨을 잃게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그러나 강씨등이 처음부터 상해의도를 가졌다고 볼 수 없고
단지 과다한 음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피해에 대비, 안전 및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 대전 = 이계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