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기자재업체들이 잇단 조선소들의 부도로 수백억원대의 납품대금을
받지 못해 경영위기에 처해있다며 조선소와 정부측에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조선기자재공업협동조합은 17일 부산 남태평양관광호텔에서 1백여개사
조합원이 참석한 가운데 정기총회를 갖고 "조선기자재업체들이 한라중공업
부도로 5백10억원대의 납품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다 납품할 기자재의
대금지급도 불확실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며 납품대금의 구체적인 정산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한라그룹측에 촉구했다.

특히 기자재업체들은 "대동조선과 청구조선의 부도로 2백60억원대의 납품
대금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한라중공업 부도와 금융대란마저
겹쳐 부도위기에 처해있다"며 "정부와 관계기관이 부도난 조선소들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조속히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또 기자재업체들은 "미수금 지급과 납품정상화를 위한 대책을 수차례에
걸쳐 한라중공업에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만일 이같은 요구가 조만간 관철되지 않을 경우 납품중단 등
강력조치도 불사하겠다"고 결의했다.

구자영 한국조선기자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조선과 조선기자재업체가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음에도 잇단 조선소들의 부도로 호기를 살리기는 커녕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정부가 국내 조선산업의 발전을 위해 중소
기자재업체들의 자금난을 해결해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