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사.정합의와는 달리 근로자파견사업을 지정업종에 한해
허용하는 이른바 포지티브시스템을 채택한 법안을 국회에 상정하자 경영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총은 9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이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한 것과 다르다며 조만간 국회에 의견서를 제출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 파견근로자법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파견근로자법안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법안이
지난 6일 노사정위원회가 발표한 합의내용과 다르기 때문이다.

노사정위원회는 근로자파견제 도입과 관련, "전문지식 기술 또는 경험
분야는 포지티브시스템, 단순노무분야는 네가티브시스템"을 채택한다고
발표했으나 정부안은 "전문지식 기술 또는 경험 등을 필요로 하는 업무로서
대통령령이 정한 업무를 대상으로 한다"고 규정, 사실상 포지티브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노사정위원회 발표와는 달리 단순
노무분야에서도 대통령령에 허용되지 않은 업무는 근로자파견이 제한된다.

파견근로자법안이 합의내용과 달라진 것은 노동부가 국무회의에 법안을
상정하기 직전 노동계가 강력히 이의를 제기하자 이를 수용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노사정위원회 구두합의때 포지티브시스템을
채택키로 했다는 노동계의 주장이 맞다고 판단, 합의내용과 다른 법안을
올리게 됐다"면서 "단순노무분야의 경우 대통령령을 제정할 때 현실을
최대한 반영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당초 근로자파견은 직접생산공정업무, 건설업, 항만하역사업,
유해.위험업무,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업무만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서는
광범위하게 허용할 방침이었다.

한편 노동부는 대통령령에 명시할 근로자파견허용업무를 작년말 노사관계
개혁위원회가 권고한 대로 일본의 근로자파견법을 적극 참조해 결정할 예정
이다.

일본은 85년 근로자파견법을 제정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비롯한 16개
업무에 한해 근로자파견을 허용한뒤 11년뒤인 96년말 법을 개정, 11개
업무를 추가로 허용했다.

서강대 경제학과 남성일 교수는 이와 관련, "일본처럼 포지티브시스템을
채택한 나라는 거의 없으며 일단 포지티브시스템을 채택하고 나면 허가
업무를 추가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광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