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IMF신탁통치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한국경제는 회사정리사건을
전담하는 서울지법 민사합의50부를 "재계 4위기업"으로 키워내는 "불상사"를
만들어냈다.

지난 1월 한보를 시작으로 삼미, 기아자동차 등 재계순위 20위내의 기업
들이 무더기로 자초하면서 법정관리가 크게 늘어난데 따른 결과였다.

여기에 대기업의 부도를 막기위해 마련된 부도유예협약마저 실패로
끝나면서 진로, 쌍방울, 뉴코아 등 화의신청도 물밀듯이 법원으로 들어왔다.

올해 서울지법에 접수된 법정관리건수는 모두 33건으로 지난해 17건의 약
2배에 이른다.

화의신청은 지난해 보다 무려 13배가 넘는 54건이 들어왔다.

현재 50부가 관리중인 부실기업의 숫자는 모두 70개.

자산규모만도 약 35조원으로 당당히 "재계순위 4위"에 올라섰다.

계열사 숫자로는 삼성다음으로 "재계 2위"다.

올해를 하루앞둔 30일에도 상장업체가 잇따라 법원으로 들어오고 있는
실정이다.

법원의 관리능력을 넘는 천문학적 규모의 기업이 법원으로 들어오면서
회사정리사건 사상 초유의 일들이 속출, 법원의 고민을 가중시켰다.

기아자동차가 채권은행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전격적으로 화의를 신청한데
이어 채권단이 법정관리를 동시에 신청, 화의절차를 중지를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비록 기각되긴 했지만 외환위기가 심화되면서 부실금융기관으로는 최초로
동서증권과 고려증권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상장기업으로는 주택건설업체 동신이 최초로 화의인가결정을 받으면서
관리대상종목에서 2부종목으로 편입시킬지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
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회사정리법과 화의, 파산법을 단일법으로 통일시키기 위한
법률개정작업이 현재 재정경제원 등에서 이뤄지고 있다.

50부의 오석준판사는 "삼미특수강 근로자중 창원특수강으로 고용승계가
안 된 길거리로 쫓겨난 직원들이 법원앞에서 시위를 하고 판사실로 찾아와
하소연했을 때가 가장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정준영 판사도 "올한해 경제악화로 인해 본의아니게 과중한 "대접"을
받았다"며 "내년에는 우량정리회사들을 대상으로 신주인수 등을 통한 인수
합병이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이심기.김인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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