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론조사 기법이 선진국 방법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MBC와 공동으로 15대 대통령선거 여론조사를 실시, 개표전 김대중 후보의
우세를 가장 먼저 예측한 한국갤럽 박무익(54) 소장.

18일 자정 MBC가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 당선 유력"이라는 자막을
내보낸 뒤 기자들과 만난 박소장은 예측치와 실제결과가 비슷하게 나오자
"운이 좋았다"며 소감을 밝혔다.

박소장은 "법정선거기간동안 13회에 걸쳐 전화조사 패널조사 추적조사
등을 실시해 이를 선거당일의 조사결과와 유기적으로 결합,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며 "질문지 구성과 면접원 관리, 부재자투표 등 오차를 발생시킬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제로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박소장은 "외국에서 조사기법을 공부한 사람들이 미국이나 일본, 유럽의
방법이 낫다고 말하는 것을 많이 들었다"며 "이번 조사를 통해 이러한
통념을 깨뜨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여론조사는 여론조사일 뿐이라는 조롱을 받지 않기 위해 한국갤럽의
모든 식구와 함께 최선을 다했다"며 "무응답 거짓말 등 비표본오차를
줄이기 위해서도 최대한 노력했다"고 밝혔다.

한편 조사방법에 대한 검찰의 내사문제에 대해서는 "18일 투표자
조사때는 "누구를 지지하느냐"고 질문했고, 전날엔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우리나라를 위해 좋겠느냐"고 물었다"고 해명했다.

박소장은 "진정한 민주주의가 이뤄지려면 선거의 한 과정인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될수 있어야 한다"며 "여론조사 결과도 하나의 역사적
기록이므로 모든 국민이 그 내용을 알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갤럽 매출의 80%정도가 기업의 마케팅리서치로 이뤄진다"고 밝힌
박소장은 "이번 일이 우리나라 여론조사기법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기업들이
주먹구구식 경영방식에서 탈피,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조사기법을 경영에
도입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얘기했다.

< 양준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