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의 여파로 부도업체가 급증하면서 빚보증을 섰던 사람들이 집이나
퇴직금 등을 차압당할 것을 우려, 집을 급매물로 내놓거나 회사를 떠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강남 분당 목동 등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지역의 부동산중개
업소에는 시세보다 3천만원이상 싼 아파트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강남구 일원동 일대 부동산업소는 시세보다 3천만원이 싼 1억5천만원짜리
한신아파트 27평형이 나와 있다.

한신아파트 근처에서 부동산중계업을 하는 김만수씨(56)는 "보증을 섰던
친척의 사업체가 부도가 났다며 무조건 빨리 팔아달라"는 집주인의 부탁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일원동 대청아파트의 경우 14평짜리가 시세보다 3천5백만원정도 낮은
7천만원에 급매물로 나와있다.

분당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박형민씨(48)는 "요즘 나온 급매물은 대개
보증을 섰다가 차압당할 위기에 놓인 것들"이라며 "가격에 구애받지 말고
팔아달라는 주문도 받았다"고 말했다.

또 보증을 섰다가 사고 난 사람들이 퇴직금과 봉급을 차압당하지 않으려고
회사를 떠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근 10년동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이민철씨(39)는 "사업을 하는 친구의
보증을 서줬는데 그만 부도가 나 퇴직금이라도 건지기 위해 사표를 냈다"며
"당장 다른 곳에 취업될 전망은 없지만 퇴직금마저 차압당할 경우 길에
나앉을 판이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 방형국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7일자).